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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해협 횡단/3월5일2신]예상치 못한 난빙에 고전

입력 | 2007-03-06 18:02:00

오희준 대원

뾰족탑처럼 솟아오르 난빙대에 올라 정찰중인 박대장


3월5일 출발상황에 이은 두 번째 원정일지

▽좌표 출발지점(우옐렌·12시35분) 북위 66도1.219분 서경 169도37.768분 *60진법이지만 . 뒤는 1000/1분임

도착지점(17시) 북위 66도1.112분 서경 169도25.129분

12시35분 러시아 군인들이 등 떠밀 듯이 출발을 재촉하는 바람에 동료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엉겁결에 베링해협에 발을 내딛었다.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계속 기다리고 있을 때 "허가만 떨어져봐라, 100m 달리기 하듯 뛰어가서 알래스카에 갈테니까…"라고 했지만 상황이 만만치가 않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방해꾼들이 처음부터 갈 길을 막는다. 베링해협엔 불쑥 솟아오른 난빙들이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시작부터 뾰족탑처럼 솟아오르 난빙대다. 2시간 가까이 난빙대를 넘어 기진맥진하려하니 이번엔 커다란 오픈 워터(개수면)이다. 얼음이 움직이는 속도가 워낙 빨라 선두는 아무런 문제없이 지나가도 후미에 선 대원은 얼음 사이가 벌어져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오후 2시30분쯤 막내 이형모 대원이 그대로 물속에 빠졌다. 바지는 고어텍스로 만든 것을 입어 많이 적지 않았는데 상체는 그대로 다 젖어버렸다. 박영석 대장과 오희준 대원이 힘을 합쳐 이형모 대원을 물에서 끌어올렸다. 이형모 대원은 극지 탐험이 처음인데 위기를 당하고도 무척 침착하다. 바로 썰매 지퍼를 열어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바람이 무척 거세다.

오후 5시까지 4시간25분을 운행했는데 거리로는 약 10㎞를 왔다. 이 정도 페이스라면 얼마든지 일정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얼음 위에 쌓인 눈을 녹여 가져온 건조식량을 넣고 끓였는데 대원 모두 한입 먹고는 숟가락을 놔야했다. 너무 짜다. 마찬가지로 바다 위 얼음을 걸어가는 북극점 탐험 때도 같은 식으로 식수를 마련했는데 그 때보다 염도가 무척 높다. 식량은 부족해도 식수가 부족하면 힘을 쓸 수가 없다. 내일부터는 좀더 세심하게 눈을 골라봐야겠다.

텐트를 치고 앉아서 GPS로 얼음판의 이동 속도를 보니 시속 1.5㎞로 북쪽으로 움직인다. 가만히 앉아있다간 북극해로 떠밀려갈 태세다. 자고 일어나 내일이면 어디까지 밀려가 있을지 걱정에 잠이 잘 오질 않는다.

우엘렌(러시아)=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