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의 기업환경 보고서에서 드러난 한국의 기업에 대한 규제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태국보다 심해 우리의 경제규모를 무색하게 한다. 한국의 경제·교역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규제가 많을수록 등수가 뒤떨어지는 ‘규제환경’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75개국 가운데 116위로 조사됐다.
거미줄 같은 규제는 투자의 감소로 이어진다. 국내 신설 법인 수가 2003년 1만2445개에서 2005년 9435개로 줄고, 같은 기간 공장설립 건수는 8972개에서 6144개로 감소했다. 현 정부 3년차의 창업과 공장설립이 2년 전보다 24∼32% 줄어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에 비해서도 규제완화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무서운 속도로 한국의 제조업체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세계의 공장’ 중국은 창업, 융자, 투자자 보호, 교역절차 등과 관련된 규제수준 완화에서 상위 10개국에 뽑혔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국민 혈세를 쓰지 않아도 ‘국민을 위해’ 결단만 하면 털어 낼 수 있는 규제를 줄일 생각이 없다. 규제를 완화하면 정책권력(政策權力)이 약해지고 공무원 자릿수가 덜 필요해 ‘정부 집단이기주의’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꾸로 규제를 늘려 ‘억지 일거리’를 더 만들고 이를 핑계로 공무원 수를 급증시킨 게 현 정부다. 이에 필요한 엄청난 돈은 세금 더 긁어 충당한다. 이 바람에 민간부문은 세금 더 뜯기고 규제까지 더 받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린다. 이에 따라 투자와 소비가 더 위축되고,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아 민생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불허에서 보듯이 수도권 및 환경에 대한 규제는 철옹성이다. 신세계가 경기 여주군 여주읍에 짓고 있는 고급 할인판매점 ‘신세계 첼시’의 허용에 대해서도 정부는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수많은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데도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 등을 들먹이며 “경제에서 못한 게 뭐냐”고 오히려 큰소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