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해에서 훈련 중 공군 KF-16 전투기가 추락한 이유는 자체 조사 결과 정비 불량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문제가 있는 엔진 부품을 교체하지도 않은 채 서류에만 교체한 것처럼 허위 기재한 사실도 밝혀졌다.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듯이 위험한 전투장비와 무기를 다루는 군대에서 사고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특히 KF-16의 엔진 제작사인 미국의 프랫 앤드 휘트니(P&W)가 엔진 부품의 결함 내용을 통보하면서 2004년까지 교체토록 했음에도 공군은 지금까지 일부만 교체했다고 한다. 공군 측은 비용 타령을 했다지만 조종사들이 불안한 상태에서 계속 조종간을 잡게 만든 셈이다. 이번 사고가 우발적 사고가 아닌 이유다. KF-16은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GD)사 제품인 F-16을 국내에서 조립 생산한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서, 대당 가격이 425억 원에 이른다.
전투기 추락 사고는 주로 조종 실수나 기체 결함, 조종사의 의식(意識) 상실 등에 의해 발생하는데 정비 불량 사고는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다행히 조종사는 비상탈출을 통해 목숨을 건졌지만 동료 조종사들의 사기 저하 및 정비 불신으로 이어진다면 공군으로선 큰 타격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간 항공사 근무를 선호하는 조종사들의 최근 풍조를 더욱 부채질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걱정된다. 공군 수뇌부에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숙련된 조종사 1명을 키우는 데는 8∼10년이란 긴 시간과 60억 원 정도의 돈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난해 이후만 4대의 각종 전투기가 떨어져 3명의 귀중한 조종사를 잃었다. 공군은 내년 말까지 최신예 전투기 F-15K 40대를 들여올 계획이라고 한다. 이 전투기의 가격은 대당 1000억 원으로 KF-16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육군 1개 보병사단의 1년 예산보다 많은 액수다. 정비 불량이란 어이없는 기강 해이로 다시는 이런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