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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전막후]개신교음악 ‘마태수난곡’ 공연 가톨릭신자 북적북적

입력 | 2007-03-07 03:01:00

4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마태수난곡’을 공연한 드레스덴 성십자가 합창단과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진 제공 예술의 전당


4일 오후 6시 서울 예술의 전당. 3시간 반에 걸친 바흐 ‘마태수난곡’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 앉아 있던 김수환 추기경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독일 드레스덴 성십자가 합창단과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에서 다 빠져나갈 때까지 박수를 보냈다.

이날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하고 나서 부르는 아리아 장면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객석에서 들렸다. 바이올린 선율과 어우러진 독창자의 깊은 슬픔과 회한이 가득한 선율은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까지 눈물 흘리게 했다.

감동적인 공연이었으나 이날 객석은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클래식 음악동호회 ‘슈만과 클라라’ 회원 100여 명, 김수환 추기경, 가톨릭 음악대학원(원장 백남용 신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요한성당 신자 100여 명의 단체관람 덕분에 그나마 객석이 채워질 수 있었다고 공연 기획사인 빈체로 측은 전했다. 이날 연주에 쓰인 오르간 두 대는 요한성당과 가톨릭 음악대학원에서 빌려 온 것이었다.

독일 루터교 신자였던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대표적인 개신교회의 음악이다. 가톨릭의 미사곡이나 레퀴엠 같은 음악은 모두 라틴어로 돼 있는 반면 ‘마태수난곡’은 독일 신교의 전통에 따라 독일어로 쓰였다. 군중의 ‘코랄(다성 합창곡)’이 등장하는 것도 가톨릭의 ‘찬트(단선율로 된 전례음악)’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이날 개신교 신자들의 단체관람은 적었다고 기획사 측이 전했다. 기획사 측은 “연주회의 성격상 많은 목사님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도 호응이 적었다”며 아쉬워했다.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내 개신교회에는 대부분 팝송이나 록음악풍의 CCM이 유행할 뿐 클래시컬한 교회음악은 가톨릭의 전유물로 치부돼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또 마이크 설교에 초점을 맞춰 설계된 예배당은 울림이 거의 없어 많은 곳이 클래식 공연에 부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럽에서 수난곡 연주에서 ‘에방겔리스트(복음사가)’로 활동해 온 테너 박승희 씨는 “유럽에서는 개신교회에서도 수난곡이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메시아 공연 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며 “예배는 안 드려도 종교음악 공연에는 꼭 참석할 정도로 자기 문화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2년 전 내한했던 수백 년 전통의 라이프치히 성토마스 합창단이나 이번에 공연한 드레스덴 성십자가 합창단은 모두 독일 개신교회 소속이다. 박 씨는 “국내의 개신교회도 오래도록 감동을 주는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