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 번째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특히 양측 협상 대표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해 향후 북-미관계 진전에 기대감을 낳았다. 그러나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북측이 갑자기 회의 중단을 통보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13합의' 이행에 새 장애물로 떠올랐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6일(현지시간)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내 유엔주재 미국 대사관저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담을 마친 뒤 "2·13합의에서 60일 이내에 이행토록 규정한 초기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김계관 부상도 숙소인 맨해튼 밀레니엄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 분위기가 아주 좋았고, 건설적이었으며 진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결과에 대해선 두고 보라. 지금 다 말하면 재미없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후 뉴욕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를 다룰 필요성이 있다는데 양측이 의견을 모으고 이 문제를 점검할 전문가 수준의 협의를 갖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며 "북측이 먼저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앞으로 북-미간 정식 외교관계 수립 전 연락사무소 설치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는 "미-중 수교과정에서 성공했던 모델이지만 북한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북한은 (중간단계 없이) 외교관계로 진전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는 것에 대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던 역사적 일들에 대해 정치적, 법적 측면을 장시간 논의했다"며 "북한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자신의 방북 문제도 거론은 됐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협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북-미간 회담은 19일 열리는 6자회담 직전 베이징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된 6자회담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에서는 북한 측이 오후부터 협의를 하지 않겠다고 일본 측에 통보했다.
요미우리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협의가 끝난 뒤 북한 측 송일호 북일교섭담당대사가 오후 협의를 하지 않겠다고 일본 측에 통보했다.
신문은 북한 측이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며 '연기'인지 '중지'인지도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실무회의는 7일에는 납치문제, 8일에는 국교정상화를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었다.
한편 게리 세이모어 미국 외교협회 부회장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HEU 신고 문제에 대해 "북한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건 아니고, 몇 년 전 사들인 물자와 부품들을 보관한 창고 정도만 있다는 것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성실하게 신고하고 신고 내용을 믿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