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경에서든 잘하는 조직이 있고, 못하는 조직이 있다. 안 되는 이유를 꼽자면 과거사부터 남의 탓까지 손가락이 모자랄 터이다. 경영컨설팅기업 맥킨지는 2005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의 700개 기업을 놓고 잘되는 요인을 조사했다. 업종, 정책, 문화, 지리 등을 물리치고 첫손에 꼽힌 것이 ‘관리(管理)’다. 관리자가 최고 지향의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자율성을 강조하고, 교육 훈련으로 뒷받침했더니 생산성이 6%포인트 올라갔다.
▷기업은 아니지만 서울대 약대 ‘발암기전 및 분자 암 예방 국가지정연구실’도 이 범주에 속할 것 같다. 미국암학회는 해마다 우수 논문 제출자에게 ‘젊은 과학자상’을 준다. 세계 과학자 2만여 명이 신청해 50명만 받는다. 서울대의 이 연구실에서 8년째 수상자가 나왔다. 서영준 지도교수는 처음부터 글로벌 경쟁을 목표로 삼았다. 외국 교수를 많이 초빙하고 국제학회 참여와 학회지 기고를 독려했다. 세계 수준의 논문을 수시로 소개했더니 연구원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연구주제도 수준이 높아졌다.
▷5년 연속 이 상을 받는 나혜경 박사는 “국제학회에 자주 가니까 안 들리던 영어도 어느 순간부터 들리더라”고 했다. 세 번째 수상하는 이정상 박사는 “저마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했다. 이 연구실이 국제무대를 외면하고 연구의 세계화에 도전하지 않았어도 같은 성과가 나왔을까.
▷맥킨지는 독일과 프랑스의 근로자도 생산성에선 미국이나 영국 못지않다고 했다. 두 나라가 영미식 관리를 도입하고 실행하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렵고 피곤해도 글로벌 경쟁은 발전을 이끄는 터보엔진이다. 200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 미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경쟁에 대한 개방성이 부(富)를 키우는 열쇠”라고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밝혔다. 우리에겐 서영준 교수 같은 관리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서울대 약대의 연구원 같은 젊은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