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걱정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학생일수록 술이나 단것 등 몸에 좋지 않은 음식물 섭취로 스트레스를 풀어 비만이나 특정 영양소 과잉 혹은 결핍 등의 영양 불균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하대 생활과학대 장경자(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 ‘대학생의 생활스트레스, 식행동, 식품선택에 관한 상관성연구’에서 드러난 것.
▽스트레스로 인한 식습관이 체지방률 높여=취업 준비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김모(26·인하대 4년) 씨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때면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시름을 달랜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는 100kg(키 186cm), 복부지방률(평균 0.75∼0.85)은 0.91이 됐다.
장 교수 연구팀이 인하대, 항공대 대학생 358명을 대상으로 2006년 한 해 동안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측정치에서 평균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 남녀 대학생들은 김 씨처럼 ‘폭식’이나 ‘편식’으로 시름을 달랬다.
남학생(183명)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술(55%)을 가장 많이 찾고, 그 다음으로 초콜릿 케이크 등 단 음식(21%)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170명)의 경우 초콜릿 등 단 음식(55%), 떡, 빵(19%) 순이었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평소보다 양을 늘려 섭취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하대 영양생화학 연구실 성민정(25) 책임연구원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여학생의 경우 잘못된 식습관으로 근육량 부족, 체지방 과다 등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특정 음식 과다 섭취 영양 불균형 불러와=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답한 학생들의 영양상태를 제7차 한국인 영양권장량과 비교한 결과 남녀 모두 고기류를 과다 섭취해 남학생은 단백질 섭취 기준치(100%)를 초과한 117.8%, 여학생도 108.4%를 기록했다.
반면 칼슘 섭취량은 남학생 67.9%, 여학생은 62.1%를 보여 기준치에 크게 미달했다. 여학생들의 경우 칼슘과 철분 등 2가지 영양소 모두 기준치 이하로 조사됐다.
이는 우유 등 유제품 섭취에 소홀한 식습관에서도 비롯되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신진대사 문제로도 풀이된다.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혈청에서 칼슘 농도가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 선례도 있다.
살이 찌면 면역성이 떨어져 감기 등 감염성 질환에 자주 걸리는 것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가톨릭대 가정의학과교실 옥선명(43·여의도 성모병원)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것을 찾는 식습관이 청년기 초기에 형성되면 중년 이후까지 고치기 어렵다”며 “단 음식이 당길 경우 의식적으로 물을 먹거나 채소류 등을 섭취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