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 대부분은 8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와 관련해 한 목소리로 “민생이나 챙기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원희룡 의원은 일제히 “개헌 논의는 차기 정권에 넘기고 민생이나 챙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고진화 의원만은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낡은 헌법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유기”라며 연내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노 대통령의 주장에 찬성했다.
광주를 방문 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날 시내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에 반대하진 않는다”고 전제한 뒤 “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가 개헌 공약을 제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정부에서 추진하면 된다”면서 “기왕에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권력구조뿐 아니라 인권, 남녀평등, 환경문제 등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담아 50년, 100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늘 말해왔듯 개헌은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하고 국민과 약속이 돼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국민이 반대하고 실현가능성도 없는 상태에서 임기 내 개헌발의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노무현식 오기정치’의 전형”이라며 “차기 대통령과 국민 간에 합의해야 할 내용에 대해 현 대통령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손 전 지사는 “대통령은 더 이상 개헌 논의를 중지하고 민생을 하나라도 더 챙기는데 전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희룡 의원은 “개헌 논의는 충분한 시간과 과정을 거쳐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정권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차기 정권에서 논의되고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고진화 의원은 “개헌이 시기상 어려운 이유는 없다”고 운을 뗀 뒤 “현 시대의 국민 생활과 관행, 가치, 규범, 남북관계 등 제반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는 헌법 개정은 당리당략으로 혹은 대권전략의 프리즘으로 걸러봐선 안 된다”며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낡은 헌법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유기”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한나라당은 개헌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계엄령을 해제해야 한다”며 “정치적 유불리만을 따지는 시각으로 개헌 문제를 바라보고 입을 닫아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