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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개헌 집착은 ‘노무현식 오기정치’의 전형”

입력 | 2007-03-08 18:39:00


한나라당 대선주자 대부분은 8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와 관련해 한 목소리로 “민생이나 챙기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원희룡 의원은 일제히 “개헌 논의는 차기 정권에 넘기고 민생이나 챙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고진화 의원만은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낡은 헌법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유기”라며 연내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노 대통령의 주장에 찬성했다.

광주를 방문 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날 시내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에 반대하진 않는다”고 전제한 뒤 “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가 개헌 공약을 제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정부에서 추진하면 된다”면서 “기왕에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권력구조뿐 아니라 인권, 남녀평등, 환경문제 등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담아 50년, 100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한선교 의원은 “국민이 이토록 반대하는 개헌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일 뿐 아니라 대선에 개입하려는 저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개헌 문제는 차기 정부에 맡기고 완전히 손떼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늘 말해왔듯 개헌은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하고 국민과 약속이 돼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국민이 반대하고 실현가능성도 없는 상태에서 임기 내 개헌발의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노무현식 오기정치’의 전형”이라며 “차기 대통령과 국민 간에 합의해야 할 내용에 대해 현 대통령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손 전 지사는 “대통령은 더 이상 개헌 논의를 중지하고 민생을 하나라도 더 챙기는데 전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희룡 의원은 “개헌 논의는 충분한 시간과 과정을 거쳐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정권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차기 정권에서 논의되고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원 의원은 “노 대통령은 ‘대선과 총선 동시 선거’를 고정 틀로 확정해 놓고 ‘현 임기 내 처리하든, 차기정권에서 받든 약속하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오만하며 경솔한 태도”라며 “자신의 국정운영 실패 원인을 ‘여소야대’의 문제로 돌리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고진화 의원은 “개헌이 시기상 어려운 이유는 없다”고 운을 뗀 뒤 “현 시대의 국민 생활과 관행, 가치, 규범, 남북관계 등 제반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는 헌법 개정은 당리당략으로 혹은 대권전략의 프리즘으로 걸러봐선 안 된다”며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낡은 헌법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유기”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한나라당은 개헌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계엄령을 해제해야 한다”며 “정치적 유불리만을 따지는 시각으로 개헌 문제를 바라보고 입을 닫아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