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대한 방어체제의 하나인 성격을 고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참선 등 명상은 성격을 리모델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오십 평생을 순탄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주부 이모(52·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씨는 지난해 위기를 맞았다. 몇 년은 더 직장생활을 해 주리라 믿었던 남편이 갑작스레 퇴직을 하게 된 것. 급전이 필요해 내놓은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이 씨는 특유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해 가고 있다. 이 씨의 남편은 아내가 너무 태평하고 악착스러운 기질이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초연한 아내의 모습에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눈치라고 한다.》
다양한 인간관계와 수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좋은 성격’은 하나의 축복이자 능력이다.
사람들은 힘들 때 다른 사람의 처지를 부러워하며 ‘왜 하필 나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세상살이에 시련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성격’이 문제일 수도 있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데도 이겨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성격과 관계가 있다. 성격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인자와 어린 시절에 경험한 환경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현대인들에게 성격이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어 체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정신과 전문의 오동재 미소의원 원장은 “성격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외부 정보를 어떻게 거를지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고민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성격은 정신상의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신체의 건강과도 연결된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소심한 성격이 적극적인 성격에 비해 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한방에서는 인간의 7가지 정서(七情)와 오장(五臟)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성격이 오장육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다. 경희선한의원 선종선 원장은 “화가 과하면 간에 무리를 주며 생각이 너무 많으면 체하기 쉽고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신장을 상하기 쉽다”고 말했다.
18세까지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패턴이 굳어진다고 한다. 성인이 자신의 성격을 고칠 수 있을까.
오 원장은 “성격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행동 패턴을 리모델링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문제가 되는 행동 패턴이나 생각 패턴을 점검하고 고치다 보면 이상적인 방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마음사랑 인지치료 연구소 민병배 소장은 “어떤 상황을 해석하고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반응’이라고 이야기할 때 이 반응 방식이 곧 성격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격이 바뀐다는 것은 일정한 반응이 약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반응이 아예 없어지거나 새로운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남 앞에서 부끄러움을 잘 타고 소심한 사람이 성격을 바꾼다고 해서 갑자기 용감해지는 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예전보다는 덜 타게 된다는 것이다.
민 소장은 성격을 리모델링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성격을 뜯어고치기보다는 ‘성숙함’을 추구하길 권한다.
“사람들은 ‘이런 내가 미워요’, ‘나를 바꿔 주세요’ 하며 자기 자신을 부정하려고만 하는데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성격 문제가 생긴다.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심리적 여유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그때 비로소 외부 자극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가능해져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성격으로 변할 수 있다.”
성격 리모델링은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의 특성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성격의 특성을 첨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방에서는 성격의 부정적인 기운을 순화하는 방법을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권하기도 한다.
선 원장은 “가슴에 열이 많아 화를 잘 내고 성격이 급한 사람은 명상을 하거나 사이클 같은 하체 운동을 하면 효과가 있고,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체력과 심장의 기운이 약하므로 과도한 운동보다는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완정 사외기자 tyra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