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의 수익성 저하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시하면서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 회장은 9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주최로 열린 ‘투명사회협약 대(對)국민보고대회’ 행사에서 “삼성전자 주력 업종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정신을 차려야 한다. 4∼6년 뒤에는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한국 경제가 몇 년째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그는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이 어려운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한국에서 할 만한 업종이 아니다. 내수는 하겠지만 수출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개발도상국으로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달 말 한 달여간의 올해 첫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등 해외 현장 경영을 본격화할 뜻도 밝혔다.
한편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선출과 관련해 “‘70세 이상 불가론’은 말이 안 된다”며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능력만 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25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도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해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해야 하는 게 한반도의 위치”라며 위기감을 표명한 바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