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진 홍준표 의원은 당 경선준비위에서 경선 룰 합의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 “출전 선수가 심판 기능까지 행사하려고 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경준위가 잘못됐다기 보다는 각 주자 캠프에서 파견된 분들이 너무 자기들 주장만 내세워서 그렇다”며 “선수가 심판의 권한에 너무 간섭하는 것은 곤란하다. 룰은 심판이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혁신위원회에 참여해 현재의 한나라당 경선 룰을 만든 홍 의원은 “지금의 당헌당규로 만들 당시는 현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여권의 경선상황을 봐가면서 정치적으로 결정할 문제니까 시기나 대의원 범위는 탄력성을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손학규 의견 들어줘야”
홍 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원희룡 의원이 경선 시기를 늦추는 것과 국민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요구하며 경선 불참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원희룡 불참선언’에 대해선 “경선 참여 여부를 경준위 활동과 관련짓는 것은 넌센스”라며 “지지율이 0.1%도 안 되는 분이 어떻게 경선후보 하겠다고 나서가지고 경준위 핑계를 대고 그러는 것은 정치적 도리에도 맞지 않고 자기주장 하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손 전 지사에 대해서는 “경준위 활동이 이-박 진영에 서로 대결구도로 되고 있어 제가 보기에도 의견에 일리가 있다”며 “가능하면 양측에서 손 전 지사의 의견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 전 지사가 참석하지 않는 예선은 국민적 관심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본선에서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그래서 손 전 지사 의견을 듣고 그와 같이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경선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 의원은 대선 전 한나라당 분열설에 대해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이 독자 출마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고 본다”며 “이 전 시장은 지지율 1위인데 나갈 이유 없고, 박 전 대표는 2002년 한번 탈당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또 나가면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는다”고 말했다.
“장영달 발언, 정신 나간 이야기”
그는 현 정부에서 진행 중인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파괴력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에서 지금 퇴임을 앞둔 대통령한테 받아낼 게 뭐 있다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겠느냐, 그건 오로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정치쇼”라며 “그런 회담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별로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한나라당 집권시 남북전쟁 우려’발언에 대해선 “정신 나간 이야기”라며 “공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그렇게 정신 나간 분석을 하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햇볕정책을 반대한 것은 아니고 햇볕정책의 수행 방식을 반대했다”며 “소위 지원한 물자가 군수물자나 핵물질을 제조하는데 사용되지 않는 투명성을 확보해 달라는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전쟁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장 원내대표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가능성을 지적하자, 홍 의원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난다는 소리가 명예훼손감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