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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盧, 그 때 탄핵했으면 나라가 이 지경까지…”

입력 | 2007-03-13 15:11:00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2004년 3월12일)된 지 만 3년. 정치권이 당시 탄핵의 옳고 그름을 놓고 때 아닌 공방을 벌이고 있다.

탄핵의 주역들은 일제히 “그 때 노 대통령을 탄핵했더라면 지금 나라가 이 지경은 안됐을 것이다. 탄핵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반민주적인 ‘의회 쿠데타’이자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큰 오점”이라고 반격했다.

최병렬 “盧대통령 탄핵됐더라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

탄핵을 주도했다 역풍을 맞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1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헌법 절차에 따라서 야당 입장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며 “아직도 탄핵 자체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똑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대표는 “당시 탄핵은 ‘의회 쿠데타’”라는 열린우리당 주장에 대해 “헌법 질서에 있는 것을 한 게 어떻게 ‘의회 쿠데타’냐”며 “쿠데타라는 것은 불법적인 것인데 우리는 헌법에 있는 것을 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노 대통령 통치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사실상 주저앉고 있다. 이는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당시 노 대통령이 탄핵됐더라면 대통령선거가 다시 있었을 것이고 나라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탄핵을 주도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탄핵이 옳았다는 확신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당시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헌법위에 군림하려는 대통령은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는 헌정사의 선례를 만든 것이자 법치주의를 확립한 역사적인 계기였다”고 평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의사봉을 잡았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한 안이라면 그 속에서 정치적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당시 방송에선 국회가 월권행위를 했다거나 쿠데타를 한 것처럼 보도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탄핵 상황에서 의장이 의사봉을 잡지 않는다는 건 직무유기”라며 “그 같은 상황이 또 되풀이된다고 해도 당당히 의사봉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가장 큰 오점으로 남을 ‘의회 쿠데타’”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탄핵 정당성’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탄핵소추안 가결을 저지하며 단상에서 눈물을 흘렸던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당시 탄핵은 대통령선거를 통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반대 세력이 의회를 통해 끌어내리려고 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민주주의의 파괴 행위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가장 큰 오점으로 남을 ‘의회 쿠데타’”라고 역설했다.

원혜영 최고위원도 “우리당의 지지율 하락을 틈타 탄핵주역들이 반민주적 폭거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폭거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원 최고위원은 “헌정질서를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세력은 영원히 역사와 후대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탄핵주역들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자애하며 하루하루를 반성하고 국민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