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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코트 농사’ 고심에…

입력 | 2007-03-14 03:00:00


프로농구 오리온스 김진(46) 감독은 경기가 없던 12일 서울 동산초등학교 체육관을 찾았다. 이 학교에서 농구 선수로 뛰고 있는 6학년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쉬는 날 모처럼 짬을 냈다.

김 감독은 자신의 뒤를 잇겠다는 아들을 처음에는 막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대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을 시키고 싶어 경기 용인시에 살면서도 지난해 멀리 서울에 있는 사립학교로 전학시켰다.

“수업 다 받고 방과 후에 농구한다는 얘기에 선뜻 결심했어요.”

모비스 유재학(44) 감독은 아내와 두 아이를 모두 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 매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데 요즘은 고교 2학년인 아들과 중학교에 다니는 딸의 공부가 주로 화제가 된다. 두 아이 모두 학교에서 농구 선수로 뛰면서 공부도 제법 잘한다는 게 유 감독의 자랑. 아들은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스포츠 의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단다.

유 감독은 “우리 세대와 달리 운동과 공부를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11시즌 연속 지휘봉을 잡고 있는 LG 신선우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게 무거운 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졸업과 입학 시즌이 항상 농구 시즌과 겹치다 보니 변변한 가족사진 한 장 없다는 것. 지난달 딸의 중학교 졸업식에도 역시 참석하지 못한 신 감독은 뒤늦게 백화점에서 함께 쇼핑하고 식사를 하며 축하를 해줬다고.

시즌 기간은 물론이고 비시즌 기간에도 해외 출장, 전지훈련 등 객지 생활을 많이 하는 프로농구 감독들이 집에서 보내는 날은 1년에 겨우 석 달 남짓. 5개월여의 정규리그가 막바지로 치닫는 요즘은 가족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심한 순위 경쟁 속에서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심신이 지치기 때문이다.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은 예전에 광고 모델로 출연해 “아내 사진을 갖고 다니면 편하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감독이라는 타이틀,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참 힘든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