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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樂不可極

입력 | 2007-03-16 03:00:00


예전에 점잖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좋은 일이 있으면 당분간 입을 열지 않았다. 기다리던 손자가 생겨도 하루 이틀은 남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마도 가슴속에 즐거움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그랬거나, 말을 해버리면 즐거움이 달아날 것 같은 심정이 들어서 그랬을 것이다. 가끔은 즐거움을 아껴야 할 때가 있다. 보름달은 사라짐의 시작이고, 극도에 달하는 것은 소멸의 시작이다. 예전 사람은 그래서 즐거움도 극도에 달하지 않도록 손질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아직도 남아있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樂不可極(낙불가극)’이라는 말이 있다. ‘樂’은 ‘음악,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音樂(음악)’ 의 뜻으로 쓰이면 ‘악’으로 읽고, ‘快樂(쾌락)’과 같이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쓰이면 ‘락’으로 읽는다.

‘可’는 ‘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不可’는 ‘할 수 없다’는 뜻이다. ‘不可抗力(불가항력)’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이라는 뜻이고, ‘不可思議(불가사의)’는 ‘생각하거나 의논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생각해낼 수 없고 의논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不可思議’는 스핑크스나 만리장성 같은 엄청난 대상을 일컫는다. ‘할 수 없다’는 뜻으로부터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생겼다. ‘極’은 ‘다하다, 극점’이라는 뜻이다. ‘極限(극한)’은 ‘정해진 한도를 다하다’, 즉 ‘극도에 다다르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뜻을 정리하면 ‘樂不可極’은 ‘즐거움은 극점에 달해서는 안 된다’, 즉 ‘적당히 즐기는 것이 좋은 것이지 극도로 즐겨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된다. 약간 적은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기분이 좋아지면 바로 술잔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오늘을 즐길 수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