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한국음악사(국악 편)/송혜진 지음/330쪽·1만5000원·두리미디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었다는 피리 ‘만파식적(萬波息笛)’은 정말 있었을까, 6세기에 검은 학을 불러왔다는 왕산악의 거문고의 모델은 무엇일까, 혜성을 불러 세웠다는 융천사의 향가는 어떤 노래였을까.
이 책은 음악사의 형태를 갖고 있지만 음악의 역사만 정리한 게 아니다. 저자는 2005년 가야금 선율의 ‘캐논’ 변주곡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대표 송혜진 숙명여대 교수. 국악의 대중화에 대한 ‘감’이 있어서일까? 다소 딱딱한 제목과 달리 역사를 통해 우리 음악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우륵이 만든 가야금에는 우주와 자연의 원리가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울림통의 위가 둥그스름하고 밑이 평평한 것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다’는 천원지방의 원리를 반영한 것이고 가야금의 현을 열두 줄로 한 이유는 일 년 열두 달의 의미를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왕산악의 거문고가 6세기에 완성됐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반론을 편다. 이미 그보다 100년 전에 조성된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에 거문고로 보이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고구려가 이미 높은 차원의 악기를 다룰 줄 알았으며 거문고는 중국 악기의 일부 장점을 수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려시대에 유행한 ‘당악정재’는 당송의 궁중에서 열렸던 가무희 공연. 이야기가 있는 하나의 각본을 여러 노래와 춤으로 엮어 가는 극적인 공연이다. 이 중에서 ‘군왕만세’ ‘천하태평’ 같은 글자를 만드는 코너도 있었다.
이 외에도 수업료가 없어 몰래 엿들으며 공부해 명성을 남긴 거문고 연주자 김성기, ‘송경운의 비파 솜씨 같다’(일을 잘 처리한다는 뜻)는 말의 주인공 비파 연주자 송경운, 한 번 연습이 끝날 때마다 나막신에 모래알을 넣어 가득 찰 때까지 연습을 반복했다는 대금 명인 정약대 등 조선 음악 명인과 1928년 빅터레코드사와 음반 취입한 이왕직아악부(전통음악 연주와 보전을 담당한 국악 연주단)에 얽힌 일화도 상세히 소개한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