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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나는 금기를 찍는다… ‘다이앤 아버스’

입력 | 2007-03-17 03:00:00

1971년 제자 에바 루빈스타인이 찍은 다이앤 아버스. 사진 제공 세미콜론


◇다이앤 아버스/퍼트리샤 보스워스 지음·김현경 옮김/463쪽·2만5000원·세미콜론

칼을 삼키는 알비노 여인, 키 240cm가 넘는 거인, 서로 다른 표정의 일란성 쌍둥이…. 1967년 미국 뉴욕근대미술관에서 열린 ‘뉴 다큐멘트’전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 저런 불편한 것들을 찍는 거지?”

그러나 불과 5년 후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에 이 ‘불편한’ 사진들은 미국 사진작가의 작품으로는 최초로 초청받았고 같은 해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작가의 사후 회고전에는 25만 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다이앤 아버스. 뉴욕에서도 손꼽히는 부유한 유대인 사업가의 딸이자 미모의 여인이며 데뷔 10년 만에 세계적인 사진작가로서 명성을 남긴 인물.

화려한 경력 뒤에 숨겨졌던 그녀의 일상은 다소 충격적이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18세에 감행한 결혼 그리고 이혼, 수면제 과다 복용, 사회의 어두운 부분만 찾아다니며 남긴 사진들, 우울증, 48세에 손목에 칼을 그어 자살….

한때 아버스의 모델로도 활동했던 저자가 200명이 넘는 주위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건져 올린 아버스의 일상은 한 신화적인 사진작가의 불행한 일생을 담고 있다.

자신의 부유한 집안 배경이 ‘사회와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낀 아버스는 일탈을 시도했고 그것은 18세에 가난한 사진사인 남편 앨런 아버스를 만나며 해소되었다. 그러나 1957년 앨런과 결별한 아버스는 직접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거리로 나섰다. 평생 스승이자 지기가 되어준 리젯 모델로부터 ‘자신만의 사진을 식별하라’는 조언을 받은 아버스는 어린 시절부터 끌리던 금지된 것, 대면하기 두려운 사람들과 장소를 담기 시작한다.

나체주의자, 장애인, 정신지체장애아 등을 찍은 그녀는 처음으로 타인과 자신 사이에 협력과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매력에 점점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소재를 화면 한가운데 대중 스타처럼 담기 시작했다.

영어 단어 ‘odds(이상한 것)’를 따서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dds)’라고 불린 그녀는 결국 자신의 작품 세계가 ‘이상’하기 때문에 주목받는다는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것으로 삶을 마무리 지었다.

피사체와 사진가가 나눈 교감을 사진 안에 반영하는 독창적인 그녀의 사진들이 ‘눈이 아니라 마음에 호소한다’는 평과 함께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의 장으로서 전 세계에 퍼진 것은 그녀가 죽은 지 불과 5년 후였다. 그녀의 생애를 다룬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도 4월 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 탓인지 아버스의 사진을 전혀 책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흠. 원제 ‘Diane Arbus’(1984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