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는 전체의 1.6%인 16만 가구에 불과하다.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의 1주택 소유자는 이번 정책으로 인해 받는 부담이 전혀 없다.”(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05년 8·31부동산대책 발표)
정부가 서울 강남의 ‘부동산 부자’를 겨냥해 도입한 종부세가 시행 3년째인 올해는 중산층의 호주머니까지 노리고 있다. 집 한 채 달랑 있는 평범한 월급쟁이도 대거 ‘부자 세금’을 맞게 됐고 비(非)강남권 거주자들도 종부세 대상에 속속 편입되고 있다.
16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대상자 가운데 집이 한 채인 사람은 13만9000명으로 지난해 6만8000명의 2배로 늘어났다.
전체 종부세 대상자 중 1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8.7%에서 36.5%로 늘었다. 10명 중 4명 가까이가 1주택자인 셈이다.
정부는 15일 내놓은 ‘2007년 종합부동산세 전망’ 자료에서 이 같은 1주택자 비중 변화를 밝히지 않은 채 ‘다주택자의 보유주택 수 점유비는 89.4%’라고만 설명했다. 종부세 대상자 10명 중 9명이 다주택자인 것처럼 오해할 소지를 남긴 것이다.
중산층이 대거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는 추세는 주택 가격대별 비중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해 공시가격 6억 원대인 주택 보유자는 총 11만8000명으로 작년(6만7000명)보다 76% 급증했다. 전체 종부세 대상 중 6억 원대 주택의 비중도 28.3%에서 31.1%로 늘었다.
반면 7억 원 초과∼8억 원 이하 주택 비중은 20.2%에서 17.5%로, 10억 원 초과 주택 비중도 28.7%에서 24.3%로 각각 감소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집값이 뛴 만큼 부과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강남권 거주자들의 종부세 납부 비중도 늘고 있다. 올해 종부세 대상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 강남구 비중은 15.5%로 지난해(19%)보다 줄었다. 인근 서초구(11.8%→10.9%)와 송파구(10.1%→8.9%)도 낮아졌다.
반면 경기 고양시(일산신도시 포함) 비중은 2.5%에서 4.2%로 늘었고,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대부분 지역에서도 종부세 대상자 수가 증가했다.
한편 내년부터는 6억 원 이하 주택에 붙는 재산세도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여 모든 국민이 세금 부담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50%인 재산세의 과표 적용률이 2017년까지 100%로 조정되기 때문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