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협상 중단론이 대두돼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국회 비준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 등 범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반(反)FTA’ 기치를 들어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장의 FTA 반대 목소리가 가장 세다. 2·14 전당대회 후 한 달여간 공식 행보를 자제해 온 김 전 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현 기조대로 3월 말까지 FTA 협상을 타결하겠다면 김근태를 밟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중에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가 한미 FTA에 적극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이 확인된다면 총리 인준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김 전 의장이 ‘반FTA’를 내세워 대선행보를 재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도 이날 여야 의원 37명과 함께 발표한 한미 FTA 협상중단 촉구 성명에 참여했다.
이에 앞서 정동영 전 의장은 14일 “참여정부 임기 내에 협상을 끝내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고, 신기남 의원은 FTA 찬반 국민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전직 의장 등이 FTA 반대 목소리를 내자 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정세균 의장은 “협상 결과를 보지도 않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성급하다”며 “협상을 차기 정권으로 넘기자는 얘기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