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단호히 반대하고 나섰다. 김 씨는 지난 주말 “3월 말까지 타결할 생각이면 나를 밟고 가라”며 FTA체결지원위원장을 지낸 한덕수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의원 9명 전원을 비롯한 의원 38명이 협상 중단 촉구성명을 냈는데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도 끼어 있다.
구여권의 김, 정, 천 씨 등은 반(反)FTA를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깃발로 내걸고 ‘통합·민생·개혁·미래·진보·평화세력’의 결집을 외친다. 하지만 다수 국가가 FTA로 국익을 추구하며 FTA 체결에서 한참 앞서 가고 있는데, 국내총생산(GDP)의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나라가 반개방, 반세계화로 어떻게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다는 것인가. 김 씨 등은 한미 FTA 협상 내용을 분석이나 해 보고 반대에 앞장서는가.
김 씨가 주장하는 ‘따뜻한 시장경제’나 정 씨의 ‘중소기업 경제 강국’은 교역과 투자를 늘려야 가능하고 한미 FTA는 이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 씨는 법무부 장관이던 작년 5월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대를 향해 “한미 FTA를 통해 새 성장동력을 찾고 세계 속에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담화문까지 냈던 사람이다.
현 정부 4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평균 4% 선에서 맴돌고 있다. 고부가가치 분야는 일본을 쫓아가지 못하고, 저임금 산업에선 중국에 못 당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대미 수출에서 중국과 일본은 펄펄 나는데, 우리는 기어가는 형국이다. 이를 만회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한미 FTA 체결이다.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FTA는 필요하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들어오면 생필품 가격이 내려가 저소득층에 이롭고, 해외소비 증가가 완화돼 서비스적자를 줄일 수 있으며, 투자와 일자리도 늘어난다. 당장은 농업과 일부 서비스업에 FTA가 ‘쓴 약(藥)’일지 몰라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생산성과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개방으로 타격받는 분야는 구조조정과 교육 및 훈련, 사회적 안전망으로 보완할 일이다.
이달 중 한미 FTA를 매듭짓지 못하면 앞으로 5, 6년은 협상 자체가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맹목적 FTA 반대는 반진보, 반개혁, 반미래, 반국익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