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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적은 美동부에도 서서히 ‘한류 바람’

입력 | 2007-03-19 03:00:00

“한국요리 배우고 싶어요” 지난해 미국 최고 요리학교인 CIA에 초청돼 특별강연을 하고 있는 한국 요리사 임지호 씨. 임 씨는 미국 최고의 요리 잡지인 ‘푸드아츠’에 커버스토리로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 제공 뉴욕한국문화원

한국문화체험관 인기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대의 학생들이 한국문화체험관인 ‘코리아센터’를 방문했다. 사진 제공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한국어 강좌 교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강생의 90% 이상이 뒤늦게 한국어를 배우려는 한인 2, 3세 학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비(非)한인 학생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캘리포니아 주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 덕분이다. 그간 ‘한류 무풍지대’였던 미국에도 아시아계가 많은 서부를 중심으로 한류 바람이 거세다. 아시아계가 상대적으로 적은 동부에도 한국 음식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캘리포니아에 상륙한 한류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형 서점 체인인 반스앤드노블은 물론이고 월마트의 DVD 코너에서 ‘대장금’ 등 한국 TV드라마 DVD들이 미국 TV 시리즈, 할리우드 영화 DVD와 나란히 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DVD 판매점인 YA엔터테인먼트에서도 한국 드라마 DVD는 매년 2배 이상씩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YA엔터테인먼트 고객의 91%는 비(非)한국계다. 중국계와 일본계 미국인이 한국 드라마 DVD를 많이 구입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방송도 마찬가지. 중국계를 포함해 로스앤젤레스 일대의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 방송을 하는 ‘LA채널 18’ TV에서도 황금시간대는 ‘주몽’ 등 한국 드라마 차지다. 캘리포니아 주 일대에서는 타임워너, 컴캐스트 등 주요 케이블 TV 방송사가 영어 자막을 넣어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기가 어렵지 않다.

전체 인구에서 아시아계 비율이 12%로 하와이 주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에서 최근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의 진원지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가 문화관광부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세운 한국문화체험관인 ‘코리아센터’는 인근 초중고교 학생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뉴욕의 한국 음식 열풍

뉴욕 맨해튼 소호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 식당 우래옥. 이곳 고객의 85%가량은 비(非)한인이다. 종업원도 모두 미국인으로 영어를 사용한다. 음식 가격이 팁을 포함하면 1인당 65달러가 넘지만 항상 자리가 찰 정도로 인기가 있다.

요즘 뉴욕타임스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한국 음식이나 한국 식당 관련 기사가 실린다. 전에는 없던 현상이다. 지난해 유엔에서 열린 한국음식문화축제에는 2주 동안 4000여 명이 다녀갔다. 당시 초대됐던 한국인 요리사 임지호 씨는 미국 최고의 요리 잡지인 ‘푸드아츠’에 표지모델로 소개됐다.

우진영 뉴욕한국문화원장은 “뉴욕은 항상 새로운 입맛을 원한다. 참살이 요리를 원하는 뉴욕 분위기에 중국 일본과는 다른 요리로 한국 요리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 찜질방 문화도 인기다. 뉴욕 인근 뉴저지 주에 있는 ‘킹스사우나’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뒤 사우나 문화에 익숙한 러시아계 미국인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 한국 문화 콘텐츠의 가능성과 도전

한국이 강세인 온라인게임도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길드워’는 북미시장에서 100만 개 이상 팔렸다. 한국 애니메이션 ‘뿌까’는 디즈니 계열사인 케이블채널 제틱스에 판매돼 미국 전역에서 방송되고 있다.

한국 영화도 마니아 영화 팬 사이에서 서서히 관객층을 넓혀 가고 있다. 9일 미국 71개 극장에서 개봉된 ‘괴물’은 11일까지 개봉 첫 주말에 31만4488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이는 한국 영화로는 미국 내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올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개봉 첫 주말 성적(4만2561달러)의 7배가 넘는 수치. ‘봄 여름∼’의 미국 전체 흥행수입은 238만 달러였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미국에서 한류의 본격 진입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한국 드라마나 한국 가요의 수요층은 여전히 아시아계 미국인이 대다수다. 지난해 가수 ‘비’의 미국 공연 관객도 아시아계 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한국 대중문화가 미국 주류 문화에 진입하려면 더 많은 노력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