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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다리 기대며… 사랑의 42.195

입력 | 2007-03-19 03:00:00

“우리는 한마음” 한 시각장애인(가운데)이 도우미와 서로의 손을 끈으로 묶은 채 35km 지점의 잠실대교를 역주하고 있다.


《‘42.195는 사랑입니다.’

18일 열린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마라톤을 통해 사랑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참가로 더욱 빛났다.》

경영계의 열성 마라토너로 유명한 신헌철(62) SK㈜ 사장은 올해도 SK 임직원들과 지인들의 이름이 빽빽이 적힌 종이를 등 뒤에 붙이고 달렸다.

깨알만 하게 쓰여 있는 이름들은 신 사장이 마라톤을 완주하면 불우이웃돕기 후원금을 내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의 명단. 신 사장은 2002년부터 계속 이렇게 ‘자선 마라톤’을 뛰어 왔다. 이날 신 사장과 SK 임직원들은 3시간 57분 만에 결승점을 통과해 처음으로 4시간 내 완주에 성공했다. 신 사장은 “내 나이에 기대하지 않았던 3시간대 기록을 내게 된 만큼 지난해 1억 원 모금 때보다 더 많은 분이 적극적으로 성금 후원에 동참해 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봉주 결승선 통과장면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1m를 달릴 때마다 10원씩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42만1950원을 내놓아 나눔을 실천했다.

그의 뜻을 전해들은 주변 사람들까지 인터넷(www.love42195.org)을 통해 후원에 동참해 130여만 원의 성금이 추가로 모였다.

문 교수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란 내가 대학에 가고 박사 학위를 받아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건 나를 도와준 많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기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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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슬로건인 ‘42.195는 사랑입니다’에 반해 참가를 결심했다는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국부장은 “혼자 뛰었다면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을 텐데 시민들이 함께 뛰며 격려하고 응원해 줘 완주할 수 있었다”며 “‘마라톤은 사랑이다’란 의미를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돕기 기금 마련을 위해 15일간 전국 15개 도시를 달렸던 호주 교포 박종암(55) 씨는 안타깝게도 21km 지점에서 달리기를 멈춰야만 했다.

사고로 오른발의 다섯 발가락을 모두 잃은 몸으로 연일 나눔 마라톤을 달렸던 박 씨의 무릎에 결국 이상이 생겨 진통제 6알을 먹고도 더는 통증을 견딜 수 없었던 것.

그러나 박 씨는 “나와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나눔의 기쁨에 즐거워했다. 15일간의 나눔 마라톤을 통해 3200여만 원의 성금을 모은 박 씨는 “내년에는 꼭 마라톤 완주에 성공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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