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승민(35·경기 고양시) 씨는 지난해 초 7년 간 사용해오던 A사 신용카드를 해지했다.
적립 포인트가 20만점에 달했지만 해지 당시엔 포인트가 뭔지도 몰랐다고 한다.
박 씨는 이달 초 A카드에 다시 가입하면서 과거 포인트를 쓸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카드사 측은 "해지 후 1년이 넘어 포인트가 자동 소멸됐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8월부터는 카드를 해지한 뒤에도 포인트 발생 시점부터 5년간 포인트 효력이 유지돼 박 씨처럼 재 가입한 사람이 기존 적립 포인트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신금융협회는 19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신용카드 포인트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카드사 대부분은 이 같은 포인트제도 개선방안을 약관에 단계적으로 반영해 올해 8월에는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해지해도 포인트 시효는 유지
지금까지는 카드를 해지 및 정지하거나 회원에서 탈퇴한 시점으로부터 3개월~1년이 지나면 과거 적립된 포인트가 없어졌다.
하지만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카드를 해지한 회원이 재가입하면 남아있던 포인트를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보통 포인트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은 5년인데, 이 시효가 끝나기 전에 가입하면 기존 적립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박 씨의 경우 A카드 사용기간(1999년 초~2006년 초) 가운데 포인트 시효 5년이 지나지 않은 2002년 초 이후의 적립 포인트를 쓸 수 있다.
포인트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적립기준도 완화된다.
현행 대부분의 카드사는 포인트가 5000점(최소 적립기준) 이상 쌓여야 현금처럼 쓰거나 사은품을 요구할 수 있는데, 8월 이후부터는 이 최소 적립기준이 5000점 미만으로 하향 조정되는 것이다.
●포인트제도 약관에 명시…시효 자주 확인해야
포인트 적립기준, 사용방법 등이 약관에 명시돼 포인트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된다.
지금은 광고지, 카드이용대금 명세서, 카드사 홈페이지 등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매체에 포인트 관련 사항이 명시돼 카드사가 포인트 관련사항을 소비자의 동의 없이 바꾸는 일이 많았다.
또 카드사는 고객이 카드 대금을 일부 연체했어도 입금된 금액에 대해선 포인트를 적립해야 하거나, 대금을 완납한 뒤에 포인트를 적립해야 한다. 결제대금 중 일부만 연체했는데 포인트를 아예 적립해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밖에 금융채무 불이행자 가운데 신용회복이 이뤄진 고객은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카드로 대금을 결제한 뒤 5년이 지나면 포인트가 저절로 소멸되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카드사 홈페이지나 대금명세서 등을 통해 총 포인트가 얼마인지, 시효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