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인간이야?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느냐고."
19일 오전 10시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해사건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열린 연수구 송도동 K아파트 상가 앞 도로.
이날 경찰은 유괴범 이모(29·견인차 운전기사) 씨가 11일 오후 1시 반경 인천 M초등학교 2학년 박모(8) 군을 납치한 장소인 이 도로를 시작으로 모두 13곳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남색 야구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린 이 씨는 도로에 자신의 견인차를 세워놓은 뒤 박 군에게 길을 묻는 것처럼 유인해 납치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박 군 대신 사용한 마네킹을 차에 태우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아이고, 어쩌면 좋아"를 외치며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굴렀다.
이어 이 도로에서 5㎞ 정도 떨어진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 유수지로 자리를 옮겨 이 씨는 박 군의 입과 손, 발을 테이프로 묶은 뒤 쌀자루로 싸서 산 채로 유수지에 던져 버리는 상황을 재연했다. 이때 이 씨는 포승줄이 묶인 두 손으로 마네킹을 안아 던지는 시늉만 했을 뿐 마네킹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유수지 현장 검증을 마치고 경찰의 호송차에 타려는 이 씨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살려달라는 아이의 절규가 들리지 않더냐?"
"너도 딸을 둔 아버지라면서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박 군이 다니던 교회의 교인인 30대 여성은 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었고, 한 중년 남성도 호송차 앞 유리를 손으로 치면서 고개를 숙인 이 씨에게 "왜 그랬느냐"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11일 오후 1시반경 박 군을 납치한 이 씨는 10시간이 지난 오후 11시반 경 살아있던 박 군을 유수지에 던져 숨지게 한 뒤 박 군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걸다가 14일 오후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