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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경제읽기]中총리의 ‘居安思危’

입력 | 2007-03-20 03:01:00


요즘 중국의 경제 성적표는 가히 눈부시다. 경제성장률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다. 작년 외환보유액은 세계 1위이던 일본을 제치고 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무역 흑자는 전년보다 135% 늘어난 1775억 달러. 올해 들어서는 두 달 만에 397억4000만 달러나 된다. 올해 중국 정부가 내세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8%지만 전문가들은 올해도 성장률이 9.8%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구매력을 감안한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1조2000억 달러가 늘어난 10조 달러. 미국의 12조9800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속도라면 2, 3년이면 미국을 제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 보고한 ‘정부사업보고’는 휘황찬란한 경제 성적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원 총리는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 과정에 모순이 적잖고 정부 사업에도 결함이 많다”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오염 배출량 감축 및 에너지 절약, 비싼 교육비와 의료비, 취업난,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대표적인 예로 열거했다. 그는 또 공무원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 비능률 및 낭비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대만의 언론들은 전국인대에서 보여준 원 총리의 태도를 보면서 “초고속 성장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의 총리지만 그의 머릿속은 백성을 위한 근심과 환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이것이야말로 거안사위(居安思危·평안할 때에도 앞날의 우환을 염려한다는 뜻)의 표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경제가 위축되고 가족, 측근의 부패가 속속 드러나는데도 “대만의 문제는 오직 독립뿐”이라고 외치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태도는 말 그대로 ‘분식태평(粉飾太平·어둡고 혼란한 상황을 태평한 것처럼 꾸민다는 뜻)’이라고 비꼬았다.

몇 년째 세계의 평균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경제 성적과 갈수록 추락하는 성장잠재력으로 국민 사이에 우려가 커져 가는 한국. 그런데도 “경제는 정상”이라며 개헌에 집착하는 대통령의 태도를 대만 언론들이 보면 과연 뭐라고 할까.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추이 (단위: %)연도한국 세계평균중국20033.14.010.020044.75.310.120054.04.910.420065.05.110.72006년 수치는 잠정 추계. 자료: 신화왕, 통계청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