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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뼈 튀어나오는 ‘비둘기고문’…죽음보다 더한 고통”

입력 | 2007-03-20 11:59:00


“탈북자들이 북한 조사기관에서 받는 ‘비둘기고문’은 양 팔을 뒤로 꺾어 지하감방 난방관이나 쇠창살에 수갑을 채워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드는 고문이다. 하루만 지나면 어깨 근육이 굳고 가슴뼈가 새가슴처럼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피부를 뚫고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몸 전체가 굳어버린다. 잠도 재우지 않고 오랫동안 묶여 몽둥이로 구타당하기 때문에 점점 감각이 없어져 전신근육은 마비되지만 화장실도 안 보내주니 어쩔 수 없어 똥오줌은 그냥 바지에 쌀 수밖에 없다. 조사원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테니 죽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하감방이기 때문에 아무리 소리치고 비명을 질러도 지상감방에는 들리지 않아 일반탈북자들은 알지도 못한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사회안전부(현재 인민보안성) 등 조사기관내 고문실태에 대한 상세한 조사결과가 국내 인권단체에 의해 최초로 발간됐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하 시민연합)은 20일 110쪽 분량의 북한고문실태보고서 ‘고문의 공화국, 북한’을 발간하고 고문실태 개선을 위한 북한당국의 노력과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중지,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개입 등을 촉구했다.

시민연합은 1993~2005년 정치범수용소, 교화소, 집결소, 노동단련대, 꽃제비수용소 등에 수감됐다가 2000~2005년 탈북한 10~20대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7개월간 심층조사를 벌였다. 불명확한 부분은 보충 인터뷰와 증언 간 교차검증을 통해 신뢰도를 높였다.

보고서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모아 회령보위부에서 자행하는 고문이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다. 단순탈북으로 조사받은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하감옥’이 있는데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참혹한 ‘비둘기 고문’ 등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

탈북 고문피해자들 “회령보위부가 가장 심각” 입 모아

경험자인 김광수(44, 2004년 입국, 가명) 씨는 “지하 감방은 한국행을 시도하다 잡힌 사람이나 정치범, 간첩죄 혐의자들을 고문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데, 겪어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끔찍한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장기간 구타를 당해 뒤통수가 깨지고, 치아가 모두 부러졌으며, 체포 당시 75kg였던 체중이 38kg으로 급감할 정도로 끔찍한 곳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하감방에서는 아무리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도 위에서는 들리지도 않아 누구도 알 수 없어서 죽음의 공포를 계속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보위원들이 요구하는 대로 간첩죄를 지었다고 거짓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2002년 회령보위부에서 조사받은 이광일(26, 2004년 입국, 가명) 씨는 “동정심을 갖지 않도록 타 지방출신을 간수들로 교체하여 인정사정없이 구타당했다”며, “같은 수감자들에게 비난을 받는 분위기에 밀려 자백하도록 ‘단체벌’을 주기도 하고, 수감자들끼리의 구타를 강요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조사 중 불법고문으로 사망할 경우에도 자살한 것이라고 둘러대거나 문서를 조작해 죄를 뒤집어씌운다. 가족에게 시신을 돌려주는 경우에도 죄를 지은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할 처분이라고 설명한다. 남은 가족들은 죄인의 가족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보고서는 이 밖에 다양한 고문 및 구타방식을 상세하게 조명하기도 했다.

의자 없이 장시간 신문 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신문보기’, 굵은 나무 각자(몽둥이)를 종아리 뒤쪽에 끼우고 방열판 위에 무릎 꿇고 앉힌 상태에서 구타하는 ‘종아리 뒤쪽에 굵은 나무를 끼워 무릎 꿇고 앉기’, 알몸으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게 하는 ‘집단 뽐뿌질’, 다른 수감자에 의한 구타, 금전갈취 위해 여성의 몸속에 손을 집어넣어 뒤지기 등이 있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시 평양 주민단속 강화, 미성년자도 예외 없어

또한 시민연합은 미성년자는 성인 될 때까지 잡아두고 처벌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탈북자 김혁(25, 2001년 입국) 씨는 체포 당시 미성년자였으나 11개월 동안 여러 기관으로 이송되면서 결국 성인인 17세가 되어 3년형을 선고받아 교화소에 수감됐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도 예외는 없었다. 이광철(22세, 2003년 입국, 가명) 씨의 경우 당시 15세의 미성년자였음에도 물구나무를 선 상태로 폭행당하고, 야간에도 몇 사람이 교대로 구타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증언자들은 당시 평양분위기가 눈에 띄게 살벌했다고 밝혔다.

시민연합은 중국이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권유린에 조직적으로 관여해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99년 8월 이후부터 중국 공안부와 북한 보위부 사이에 탈북자 강제송환에 관한 불법적 협조관계가 정례화 됐다는 것. 중국 감옥에서부터 사진을 찍어 조사문건과 함께 북한으로 넘겨주고 있어 한국행 시도나 종교단체의 도움을 받은 경우 가차 없이 처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3월 중 영문판 발간, 해외에 조사활동 요청 예정

시민연합은 5월 중 ‘북한 고문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학술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달 내로 영문판을 발간해 비팃 문타폰(Vitit Muntarbhorn)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만프레드 노박(Manfred Nowak) 고문특별보고관에게 제공하여 3월 말까지 열릴 예정인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 내 고문실태 문제가 논의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엔 고문특별보고관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조사활동은 하지 않고 있었으나,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연합은 5월 중 ‘북한 고문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학술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영환 조사연구팀장은 “금년 연말까지 국내 입국 탈북자의 북한 내 가족들이 연좌제 처벌로 실종되고 있는 문제에 집중한 ‘탈북자 가족 북한 내 실종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