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를 탄생시킨 김덕수(사물놀이 한울림예술감독), 이광수(민족음악원 대표) 씨가 지난주 나란히 예술인생 5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펼쳤다. 1990년대 이후 오랫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의 공연은 각자의 행보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였다.
12,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김덕수 씨의 공연 ‘길’은 수십 명의 사물놀이패가 한꺼번에 나와 휘모리장단을 치는가 하면, 대고(大鼓)와 북춤이 등장하고, 설장구 탈춤 동해안별신굿 판굿은 물론 안숙선의 판소리와 박병천의 진도북춤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담긴 종합 국악공연이었다. 월드컵 응원을 비롯한 수많은 해외공연을 펼쳐 온 김 씨의 화려한 무대연출이 빛난 공연으로 객석엔 정치인과 관료 등 귀빈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반면 15, 1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이광수 씨의 ‘예산족’ 공연은 전통적인 사물놀이패와 재즈 피아노 및 드럼으로 구성된 ‘미연&박재천 듀오’의 협연으로 진행됐다. ‘구음(口音)’의 명인 이광수 씨가 쏟아내는 비나리, 도살풀이, 부모은중경과 어우러진 사물놀이와 서양 악기의 신명나는 앙상블을 선보인 자리였다.
내년은 1978년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이광수, 김덕수, 김용배(사망), 최종실(중앙대 교수) 씨가 ‘사물놀이’의 첫선을 보인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물놀이는 위기에 빠져 있다. 사물놀이가 너무 빨리 인기를 얻었던 탓일까. 일부에선 어느 순간부터 사물놀이가 각종 행사용 음악, 화려하게 규모만 키운 ‘떼물놀이’ 음악, 돈을 주고 보지 않는 공짜 음악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내년 30주년 행사에서 원년 멤버들이 뭉친 ‘드림팀’의 공연을 기대하는 관객이 많다. 창단 때부터 멤버들과 친분을 이어 온 가수 장사익 씨는 “음악은 마음인데, 이미 딴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마음을 합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그러나 사물놀이 광팬으로서 30주년을 맞아 내년에는 합동 무대를 주선해 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