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의사 및 간호사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열람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269건이었다. 전체 행정처분(1201건)의 22.3%에 해당하는 수치다. 진료기록부의 신뢰성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법이 진료기록부를 사실대로 작성하도록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다른 의료인에게도 정보를 제공해 환자가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 그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하려는 의미도 있다. 실제로 의료소송에서 의료진의 과실 및 책임을 가리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자료가 진료기록부다.
의료소송을 경험한 환자나 가족, 그리고 변호사들이 가장 황당할 때는 진료기록부가 사실대로 기재되지 않은 경우다. 환자나 가족이 기억하는 사실과 다르게 진료기록부가 작성되면 의료진이 스스로 진실을 말하지 않는 한 법원은 진료기록부에 적힌 대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개원의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전자차트)은 진료기록의 변조 사실을 밝혀내기가 더욱 어렵다.
의료법 시행규칙은 전자의무기록과 관련해 ‘전자서명이 있은 후 전자의무기록의 변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원의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은 기록의 변경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돼 있다. 의료분쟁을 줄이는 방법 중의 하나는 진료기록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원의들도 대학병원처럼 전자의무기록의 변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국가도 전자의무기록을 포함한 진료기록부의 위변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나아가 환자나 그 보호자가 동의한다면 진료 후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가 국가가 운영하는 데이터 보관 장치에 저장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신헌준 변호사 j00n3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