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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이회창, 한나라당 제3후보로 나온다”

입력 | 2007-03-21 16:24:00


여권에서 ‘이회창 대선후보론’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망론이 제기되긴 했지만, 여권의 현역 의원이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시하며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주장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꾸준히 ‘한나라당의 분당 및 제3후보론’을 주장해온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21일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중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한나라당에선 결국 이 전 총재가 제3후보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 전 시장이든 박 전 대표든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뽑은 후보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이 일어나면 ‘도저히 저 사람으론 안 된다’며 ‘제3후보론’을 거론할 것”이라며 “제3후보는 이 전 총재가 될 것이고 그가 대선후보로 나올 확률은 80~90퍼센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총재가 대선후보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이 후보가 됐다고 치자.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들 중 초선의원들은 손 전 지사 쪽으로 갈 것이고, 중진·재선의원들 중 일부는 이 전 시장 쪽으로 가겠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살아남기(공천받기) 위해서라도 이 전 시장을 흔들어놔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빠질 수밖에 없고 ‘이명박으론 본선 경쟁력이 없다. 제3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거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생 자체가 ‘이회창 맨’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전 총재를 옹립하려 할 거다.”

정 의원은 또한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를 중심으로 나눠질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을 제기했다.

“선거에 돌입하면 대선주자들 보다는 지지자들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같이 가기 힘들어진다. ‘적보다 더한 동지’라는 표현이 있듯, 이미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그런 상태가 돼 있다. 이 전 시장 지지자들은 박 전 대표가 후보가 되면 절대 안 찍는다.”

그는 “198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통합을 이루지 못한 건 두 사람을 싸고 있는 지지 세력들의 갈등 때문이었다”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갈라설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은 당이 아니라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뭉친 ‘부족연합체’이기 때문에 분화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당이 아니라 대권을 위해 후보를 중심으로 몇몇 부족이 뭉쳐서 만든 연합체적 조직이다. 그래서 후보들의 힘은 강하지만 당의 힘은 약하다. 후보들끼리 갈등을 빚을 경우 막아줄 당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선이 끝나면 자신들이 지지한 후보가 중심으로 있는 부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현 구도에서 경선까지 가더라도 ‘두 가지 변수’가 작용해 소속 의원들은 당을 이탈할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두 가지 변수’로 제3지대를 형성한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경선을 통과한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와 패배자를 용인하지 않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를 들었다.

“지금 한나라당의 경선은 ‘패배자는 포로로서도 용인하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죽이는 분위기’다. 피 튀기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전 시장이 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줄선 의원들은 내년 공천을 장담할 수 없다. 살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데,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자당 후보의 지지율이 빠진다면 당연히 제3지대로 뛰쳐나가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고 할 거다.”

정 의원은 끝으로 손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 충고했다.

“손 전 지사는 당분간 정치권 인사와 접촉하는 걸 자제하고, ‘무능한 진보, 부패한 보수’라고 말한 자신의 발언을 입증하기 위해 참신한 인물로 제3지대를 형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참신한 인물을 1차로 영입하고 오픈프라이머리로 가는 동안 2차로 영입하면서 흩어져 있는 중도개혁세력을 모아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분화하고 해체하며 통합정당으로 가는 과정에서 그들과의 관계 설정도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