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고 상대하는 일이 힘들다고 말한다. 왜 사람을 만나는 일이 힘들까? 이유의 상당 부분은 상대방이 나의 생각을 오해할까봐 겁이 나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에는 그만큼 오해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면 나 자신도 수많은 사람을 오해하고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사람에 대해서만 오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판단하는 경우에도 수많은 오해를 한다. 부모의 애정을 미움으로 보기도 하고, 아랫사람의 아첨을 예절로 보기도 하며, 충직한 사람의 예절을 아첨으로 보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적 욕망을 나라에 대한 충정으로 보기도 하며, 나라에 대한 간곡한 충정을 개인적 욕망으로 보기도 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正己物正(정기물정)’이라는 말이 있다. ‘正’은 ‘바르다, 올바르다’라는 뜻이다. ‘正品(정품)’은 ‘올바른 물건’이고, 짝퉁은 가짜 물건이다. ‘正氣(정기)’는 ‘올바른 기운’이고, ‘邪氣(사기)’는 ‘그릇된 기운’이다. ‘正常(정상)’은 ‘올바르고 항상 있는 일’이라는 말이며, ‘正當(정당)’은 ‘올바르고 당연하다’는 말이다. ‘己’는 ‘자기, 자신’이라는 뜻이다. ‘利己心(이기심)’은 ‘자기를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고, ‘利他心(이타심)’은 ‘남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다. ‘物’은 ‘물건, 물질, 사물’이다. ‘物理(물리)’는 ‘사물의 이치’라는 말이고, ‘物象(물상)’은 ‘사물의 모습’이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正己物正’은 ‘자신을 바르게 하면, 사물이 바르게 된다’, 즉 ‘자신을 바르게 하면, 사물이 바르게 보인다’는 말이 된다. 옛 사람은 그래서 자기의 수양을 중시했다. 자신을 바르게 만들면 대상에 대한 오해가 없고, 모든 대상의 진실이 보인다는 말이다. 나 자신이 오해가 많았다면 나는 대상의 진실을 잘못 본 것이다. ‘正己’-나 자신을 바르게 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