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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미스 다이어리]나이듦의 공포 앞에서

입력 | 2007-03-23 03:02:00


바야흐로 꽃 피는 춘삼월이다. 여기저기서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그들은 아마 내년 이 맘때쯤이면 허니문 베이비를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정을 꾸린 지인들이 생활의 기반을 잡아갈 때 싱글들의 가슴속에는 외로움이 엄습한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나 역시 마찬가지다. 거울 앞에서 ‘아무것도 해낸 것 없이 홀로 늙어 가고 있어’라며 종종 우울해진다.

스물아홉 살 가을 날 나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었다. 나이 앞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뀌는 것이 공포라는 것을 그때 느꼈다. 그 공포를 우습게 볼 만큼 심각한 염세적 상념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으니 바로 서른아홉 11월이었다.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 출산 적령기도 넘겨 버린 나는 ‘낡을 대로 낡은 몸만 남은 퇴물’이라는 생각까지 들어 덜컥 겁이 났다. 망망대해에 나만 홀로 남겨진 듯했다.

외로움에 취약한 싱글들에게 어느 날 문득 온몸에 파고드는 무상감은 유난히 뼈저리다. 먼 훗날 초라하게 늙어 쓸쓸하게 죽으면 한 달 만에 발견돼 뉴스거리가 되지나 않을까,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말년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좋은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걱정으로 우울증이 엄습할 때마다 ‘왜 싱글 생활을 하고 있을까’라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랜다.

이 봄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싱글은 내가 선택한 삶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싱글의 미래는 어쩌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어두운 미래를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보다 두 배로 노력하고 자기 투자에 힘을 기울이자. 고민이나 방황하는 시간에 차라리 그 순간을 즐기는 방법을 찾자.

진정한 싱글이 되려거든 먼 미래의 쓸쓸한 노년을 맞지 않기 위해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싱글의 삶이 화려해 보이는가? 화려한 실버 싱글로 사는 것은 젊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젊은 싱글보다 몇백 배는 더 어렵다.

황명화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