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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금기는 없다 눈을 잡아라…유행 창조자‘패션광고’

입력 | 2007-03-24 03:00:00

섹스어필 게스


《‘신부와 수녀의 키스?’

패션브랜드 베네통의 충격 광고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에이즈, 인종차별, 팔레스타인 내전 등 사회 문제를 다룬 도발적인 광고는 베네통을 세계에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예술에도 영향을 끼쳐 일부 화가의 그림에 차용되기도 했다.

상업광고가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 수 있다면 그 선봉은 패션광고다.

패션은 꿈을 파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꿈을 담아 필요 없는 것을 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브랜드의 이미지도 주입시켜야 한다.

그래서 패션광고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최신 트렌드가 담겨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최윤정 연구원은 “패션광고는 휴대전화나 화장품처럼 제품의 혁신적인 기능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감각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첨단 유행을 반영하지만 때로는 이목을 끌기 위해 사회적 금기를 건드리기도 하는 게 패션광고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 패션광고를 보면 유행이 보인다

제일모직 로가디스는 자사 모델이었던 톱스타 정우성을 ‘버렸다’. 스타의 카리스마에 브랜드 스타일이 가려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대신 서양모델 여러 명을 기용했다. 모델 여러 명을 한꺼번에 등장시키는 일명 ‘그루핑(grouping)’ 광고 기법이다.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 온 신사들’을 주제로 올해 유행인 날렵한 실루엣의 미니멀리즘(장식을 최소화한 패션) 슈트를 연출했다. 모두 같은 슈트를 입었지만 셔츠와 넥타이 색을 다르게 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유명 패션디렉터 빌 뮬렌이 연출하고 영국 사진작가 필 로인터가 찍었다.

제일모직 백정흠 팀장은 “요즘 남성들은 소재보다 실루엣으로 슈트를 판단한다”면서 “스타 대신 다수의 전문 모델을 등장시켜 옷의 스타일에 관심을 두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네통도 2000년대 들어서부터 브랜드의 감각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독교의 교리에 정면 도전한 ‘다빈치 코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충격적인 동영상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뜨는 시대에 충격광고는 이슈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탈정치화 경향도 감안했다.

베네통 마케팅팀 장해진 과장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너무 빨라 미국 할리우드 스타가 입은 옷이 다음 날 한국 시장에서 팔릴 정도”라며 “도발적인 메시지보다 최신 트렌드를 누가 더 잘 소화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패션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 광고는 지난해 가을과 겨울시즌 광고에서 고성(古城)을 배경으로 삼아 귀족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폴레옹, 조세핀,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이미지를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올봄에는 우주로 날아갔다. 일본 만화의 미래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모델들이 우주선 안에서 포즈를 취했다. 새로운 유행인 미래주의에 충실한 제품임을 과시한 것이다.

○ 도발하라, 주목 받을 것이다

2005년 3월 유럽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패션광고사진 한 장으로 떠들썩했다.

청바지 브랜드 ‘마리테 프랑수아 저버’는 여자 예수와 에로틱한 제자들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가톨릭교회는 반발했고 프랑스 법원은 신성모독이라며 게재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의 사진은 이미 세계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져 톡톡한 광고효과를 거뒀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들은 어떻게든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려 한다. 특히 10∼20대 초반을 대상으로 하는 캐주얼 패션브랜드는 금기에 도전해서라도 시선을 끌고 싶어 한다.

1980년대 초 캘빈클라인 청바지는 당시 10대였던 브룩 실즈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광고에서 실즈는 “나와 캘빈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고 이는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미국 청바지 브랜드 게스도 창업 초기부터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캐주얼 브랜드의 ‘도발’을 이어간 브랜드는 디젤. 지구 온난화라는 사회문제를 광고의 테마로 삼았다. 광고 속의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엔 비둘기 대신 앵무새가 날아다닌다. 파리는 열대 정글이 되고 물에 잠긴 뉴욕의 고층빌딩 옥상에서는 모델이 일광욕을 즐긴다.

디젤 마케팅팀 노지영 주임은 “지구 온난화라는 사회 문제를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도록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라며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등 소비자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국은 세계 청바지 브랜드들이 도전하고 싶은 시장”▼

“바다를 향해 있는 이 여자의 눈을 봐요. 연인을, 추억을, 혹은 바다 건너 한국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죠. 노출을 안 해도 섹시한 것은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청바지 브랜드 게스의 창업자이자 패션마케팅 분야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폴 마르시아노(55·사진) 회장. 그는 1981년 창업 이래 26년 동안 게스의 광고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면서 ‘게스=섹시’ 이미지를 구축했다.

마르시아노 회장은 인기 모델인 클라우디아 시퍼, 나오미 캠벨, 안나 니콜 스미스 등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인물이다. 특히 안나 니콜 스미스는 그가 이름까지 직접 지어줬다.

그는 “1950, 60년대의 흑백영화 주인공처럼 우아하고 섹시한 여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면서 “그런 여성의 모습은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예술로 다양한 소비자를 유혹한다”고 말했다.

게스는 작업복이나 캐주얼 의류로 통하던 청바지에 도발적인 섹시미를 더하면서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현재 50여 개국에서 25억 달러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대계 프랑스인인 마르시아노와 그 형제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그렇게 신화가 됐다.

게스는 올해 초 게스코리아를 세워 한국 시장에 대한 본격 공략에 나섰다. 마르시아노 회장은 “한국은 소비자들의 안목이 높아 전 세계 청바지 브랜드들이 도전하고 싶어 하는 시장”이라며 “게스의 정체성인 ‘섹시함’을 토대로 청바지, 액세서리, 구두 등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