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제공 문학동네
◇해골이 딸꾹/마저리 퀼러 글·S D 쉰들러 그림·엄희정 옮김/32쪽·8500원·문학동네(4∼7세)
◇지금은 안 돼, 버나드/데이비드 맥키 글 그림·서애경 옮김/24쪽·9000원·달리(4∼7세)
글만큼 그림이 많은 것을 얘기해 주는 그림책들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읽어 주는 소리를 귀로 들으면서 눈으로는 그림을 읽다가 다음 그림이 궁금해 얼른 책장을 넘긴다.
‘해골이 딸꾹’은 아이들이 신기해하는 해골이 딸꾹질을 시작했다는 설정부터가 재밌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골은 아이들과 똑같이 샤워하고 이를 닦는다. 유령이랑 놀기까지 한다. 친구 유령이 조언하는 딸꾹질 처방도 똑같다. 숨 참기, 설탕 먹기, 물구나무서서 물 마시기….
그러나 해골이 숨 참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갈비뼈 사이로 공기는 다 들어오고 먹은 설탕이 다 새나가는 그림을 보며 아이들은 깔깔댄다. 물구나무서서 마신 물이 눈구멍으로 쏟아져 나오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숨이 넘어갈 정도. 이러한 처방들이 아무 소용 없다는 말이 필요 없다.
그때 유령에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유령은 거울을 꺼내 해골 앞에 들이댄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소리 지르는 해골. 얼마나 무서웠는지 딸꾹질이 달아나 버렸단다.
‘지금은 안 돼, 버나드’는 ‘소통의 부재’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접근 방법은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바로 그대로의 현실을 통해서다.
버나드는 아빠 엄마에게 할 말이 있다. 마당의 괴물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한다는 중요한 얘기다. 그러나 아빠 엄마에게는 ‘더 급하고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벽에 못질하고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안 돼, 버나드”라고 외친다. ‘다음에’ 혹은 ‘나중에’라는 말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자. 못질하던 아빠의 손가락이 망치에 맞아 빨갛다. 화분이 깨져 있어 엄마가 준 물이 테이블을 적신다. “지금은 안 돼”라는 부모님의 말이 부드럽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당으로 나간 버나드를 괴물이 꿀꺽 삼키고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여전히 자신들의 일을 하느라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TV를 보고 TV 앞에서 밥을 먹는다. 엄마는 다른 방에서 소리친다. “네 방에 가서 자야지. 우유 갖다 놓았다.” 괴물은 엄마 말대로 버나드 방 침대에 들어가 중얼거린다. “그렇지만 난 괴물인걸.”
아이들은 버나드 아빠 엄마가 버나드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괴물을 아들처럼 대하는 행동에 재미있어할 듯. 그러나 어른들은 가슴이 뜨끔해진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