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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시도당 잡기 경쟁 치열

입력 | 2007-03-25 15:53:00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근 경쟁적으로 지방 일정을 잡고 있다.

그것도 대개 현지에서 하루 이틀을 자는 형태이고, 한 달의 절반 가량을 지방에서 보내고 있다.

경선을 앞두고 지방 민심과 당심을 잡겠다는 계산이지만, 더 절실한 이유가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바로 오는 6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연쇄적으로 치러질 16개 시.도당 위원장 선거가 그것이다.

경선 선거인단의 절반을 차지하는 `당심'을 잡기 위해서는 대의원과 당원 장악력이 큰 시도당 위원장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관건인 만큼 벌써부터 이를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8월 경선'을 코 앞에 두고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사실상 경선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양측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측근 의원들도 주자들과 `동선'을 달리하며 지방조직 다지기 및 세 점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로선 판세를 점치기 어렵지만 16개 지역 중 격전이 예상되는 곳은 경기, 경남, 대구, 경북 등지 정도. 양측이 치열하게 지지율 다툼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경우 이 전 시장이 시장 재직 시절부터 밑바닥을 워낙 탄탄하게 다져 놔 승부가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 때문에 관심은 자연스레 수도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당으로 쏠리고 있다.

수도권 전체를 차지하려는 이 전 시장측과 경기도 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박 전 대표측이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면서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박 전 대표 측에선 4선의 이규택 의원과 `24일 당 대표'를 지낸 3선의 김영선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전 시장 측에선 재선의 고흥길 정병국 의원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후보 중 원희룡 의원을 지지하는 3선의 남경필 현 위원장도 재선을 노리고 있어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는 3파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당 선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이 전 시장 성향의 권경석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나 박 전 대표측에서 김기춘 김학송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물을 내세워 자리를 빼앗아 올 생각을 갖고 있고, 이에 맞서 이 전 시장측은 `맞춤형 후보'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텃밭임을 자임하는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양보 없는' 싸움이 예상된다. 경북의 경우 `친이' 계열의 김광원 현 위원장에 맞서 `친박'계열인 이인기 의원이 도전장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시.도당 위원장과 함께 200여 당협위원장(옛 지구당 위원장)도 새로 뽑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회를 당협위원장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관례대로 대부분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운영위원들의 성향이 도중에 바뀌었거나 운영위에 새로운 인물이 보강된 일부 지역에서는 박-이 대리전 속에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 시도당 위원장 선거 과열로 인한 당내 분열 등 후유증을 우려, 선거를 8월 경선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핵심 당직자는 "당내에서 시도당 위원장 선거 연기 주장이 솔솔 나오고 있으나 박-이 두 캠프의 입장도 있고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있는 만큼 쉽게 결론을 내릴 사안은 아니다"면서 "연기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경우 최고위원회 의결과 당헌 당규 손질 절차를 거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