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증시에서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포르셰와 폴크스바겐이다.
포르셰는 24일 폴크스바겐의 지분을 현재 27.3%에서 31%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증시가 문을 닫은 뒤 나온 이 소식에 증시 관계자들은 포르셰의 의도를 분석하기 위해 주말에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독일은 특정 회사에 대한 지분이 30%를 넘게 되면 그 회사에 대한 인수 제의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두고 있다. 따라서 증시의 관심사는 ‘포르셰가 마침내 폴크스바겐의 공개 인수에 착수하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포르셰의 대변인 미카엘 바우만 씨는 “주식 인수 가격을 폴크스바겐의 23일 종가보다 싼 가격에 제시할 예정이므로 주식을 넘길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주 한 주에 100.92유로를 제시할 예정이라는 것. 23일 종가는 117.70유로였다. 이 같은 계획은 회사 인수 의도가 없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포르셰 측은 “외국인의 인수 시도로부터 폴크스바겐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지분 확대 이유를 밝혔다. 이 주장은 포르셰가 2005년 9월 처음 폴크스바겐의 지분을 사들일 때 내세웠던 명분이기도 하다.
최근 폴크스바겐을 지켜 주던 보호막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포르셰의 이런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외국인의 폴크스바겐 인수를 실질적으로 막고 있는 ‘폴크스바겐법’을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
포르셰와 폴크스바겐의 관계는 복잡하면서 각별하다. 포르셰 가문의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히틀러의 명령으로 폴크스바겐의 ‘비틀’을 디자인한 인물. 현재 폴크스바겐의 이사회 의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외손자다.
피에히는 포르셰의 스포츠카 부문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이중 역할을 맡고 있는 것. 피에히는 포르셰 출신의 임원 2명을 폴크스바겐 이사회에 밀어 넣었고 지난해 말에는 심복을 CEO로 앉혔다.
이 때문에 “피에히가 할아버지의 제국을 되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끊이질 않는다. 포르셰가 처음엔 폴크스바겐을 외국인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자신들이 직접 인수하려는 욕심이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다.
포르셰의 속셈은 두고두고 유럽 증시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동근 파리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