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베토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겁니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뻔했던 광주의 대표적 클래식 음악감상실 ‘베토벤’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되살아났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금향빌딩 6층에 자리한 베토벤은 1982년 문을 연 뒤 광주사람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 주던 ‘음악쉼터’였다.
유리창 너머로 무등산 자락이 보이는 베토벤에 들어서면 정겨움이 묻어난다.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테이블과 의자, 벽에 걸린 그림과 글귀….
영국제 로저스 전축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선반은 2500여 장의 클래식 LP 음반과 CD로 빼곡히 차 있다.
베토벤이 문을 닫을 만큼 어렵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김준태 시인, 성진기 전남대 명예교수 등 단골 고객들은 이달 초 ‘음악 감상실 베토벤을 살리기 위한 모임’(베살모)을 결성했다.
40여 명의 회원들은 연회비로 10만 원씩을 내 운영비에 보탰고 ‘돕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음악실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주인 이정옥(52·여) 씨는 “많이 힘들었는데 ‘그동안 베토벤을 지켜줘서 고맙다’ ‘베토벤은 영원해야 한다’는 격려 전화를 받고 큰 힘을 얻었다”며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베토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말했다.
이 씨와 베살모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오후 3∼5시) 무료 음악 감상회를 열기로 했다. 17일 첫 감상회에서는 ‘화사한 봄날에’를 주제로 봄과 관련된 음악을 들려줬다.
성진기 명예교수는 다음 달부터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오후 3∼5시)에 작은 철학카페를 열기로 했다. 기회가 닿으면 문학, 예술, 역사 등 타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소규모 인문학 강좌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씨는 “훈훈한 마음을 주신 분들이 많아 요즘 ‘더불어 사는 삶’을 새삼 깨닫고 있다”며 “시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베토벤을 꼭 지키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