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질문. “집 앞에 있는 가게에서 10만 원인 전등을 다섯 구역 떨어진 곳에서는 7만5000원에 판다. 당신이라면 어디서 물건을 사겠는가?”
두 번째 질문. “이번에는 177만5000원짜리 식당용 가구 세트를 다섯 구역 떨어진 곳에서는 175만 원에 판다. 그럼 어디서 물건을 사겠는가?’
똑같이 2만5000원을 절약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첫 번째 조건에서 기꺼이 다리품을 팔던 사람들도 두 번째 조건에선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사려고 한다. 재화의 금액이 커질수록 작은 손해를 사소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른바 ‘마음의 회계’란 같은 금액의 돈이지만 상황에 따라 돈의 가치를 다르게 여겨 낭비하는 경향을 뜻한다.
같은 1만 원이라도 돈의 출처, 보관 장소, 용도 등에 따라 사람들은 실제 가치보다 가볍게 느낄 수도, 무겁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리 벨스키와 토마스 길로비치가 공동 저술한 ‘돈의 심리학’은 이처럼 사람들이 돈을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에 대한 책이다.
저자들은 카지노가 돈을 버는 이유도 카지노 고객들이 딴 돈을 ‘공돈’이라고 생각해 무모한 승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실제 있었던 일로 알려진 ‘녹색의 목욕 가운을 입은 남자 이야기’에서도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5달러로 시작해 2억6000만 달러를 땄다가 마지막 판에 모두 잃고도 “잃은 돈은 5달러뿐”이라며 개의치 않는다.
마음의 회계가 항상 손해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돈이나 노후생활 준비 자금은 실제보다 중요하게 간주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낭비벽이 있는 사람도 그 돈을 건드리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마음의 회계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먼저 공돈이 생기면 일단 은행에 맡긴 뒤 3∼6개월 여유를 두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흐르면 돈은 마음속에서 ‘공돈’ 대신 ‘저축자금’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또 돈이 생길 때마다 내가 얼마나 일해야 이 돈을 모을 수 있는지를 떠올리면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규모가 큰 돈을 사용할 때는 세세한 부분까지 따지는 버릇을 들이고 신용카드는 현금을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용해야 마음의 회계의 덫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