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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그레인 “팬들이 살린 음악의 불씨, 활활 지펴 볼게요”

입력 | 2007-03-28 03:01:00

지난해 누리꾼들에게서 인정을 받은 6인조 밴드 ‘뮤즈그레인’이 두 곡이 담긴 싱글음반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 김순오(콘트라베이스), 변동준(피아노), 정웅(드럼), 김승재(보컬), 이혜영(바이올린). 퍼커션을 맡은 진병섭은 개인 사정으로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다. 신원건 기자


‘스타’는 가끔 의외의 장소에서 나타난다고? 바로 전주교대생 6명으로 이루어진 밴드 ‘뮤즈그레인’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지난해 MBC 대학가요제에 ‘인투 더 레인’이란 곡으로 출전했지만 인기상 하나 받지 못했던, 경력이라곤 ‘참가번호 11번’이 전부인 이들. 그러나 재즈와 클래식을 섞은 독특한 분위기, 아마추어답지 않은 노래 실력 등으로 무장한 이들을 누리꾼들이 가만 놔둘 리 만무했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누리꾼들은 이들을 ‘무관의 제왕’이라 부르며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올렸고 심지어 심사 결과 공개 서명 운동까지 외치며 팀 ‘구제’에 열을 올렸다.

그로부터 6개월 후,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이들이 두 곡의 디지털 싱글음반을 준비해 가요계 데뷔를 앞두고 있다. ‘무관의 제왕’으로만 머물러 있을 순 없었을까?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녹음실에서 만난 이들은 “개교기념일을 맞아 버스 타고 상경했다” “아직 무덤덤하다” 등 왁자지껄 수다가 한창이었다.

“그 당시 인터넷에 도배된 ‘뮤즈그레인’ 얘기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그저 대학시절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선후배들이 모여 출전한 건데….”(김순오·26·콘트라베이스)

“처음엔 발랄한 록을 부를까 생각했지만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우리만의 개성을 찾고 싶었어요. 그런데 멤버들 모두 비 온 뒤 우울함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팀 이름도 ‘뮤직’과 ‘그루브’, ‘레인’을 합쳐서 지었고 노래도 비와 관련된 주제를 담았죠.”(김승재·22·보컬)

어느덧 ‘추억’이 돼 버린 6개월 전 이야기. 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이들은 “음향 상태가 좋지 않아 악기를 마이크에 바짝 대고 연주하는 등 우리 음악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좋은 귀’를 가진 누리꾼들이 이들을 찾아냈고 이후 이들은 “선배님들 보려고 입학했다”는 07학번 후배를 둘 정도로 ‘스타’가 됐다.

그러나 관심은 곧 부담으로 이어졌다. “다시 뭉쳤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인투 더 레인’ 같은 곡을 들고 나오면 바로 비판이 쏟아질 것 같았고…. 결국 그냥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자’라고 외쳤어요.”(이혜영·21·바이올린)

2곡으로 구성된 이 음반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곡은 멤버 변동준(22·피아노)이 작곡한 ‘그림자 달’. ‘인투 더 레인’의 연장선 격이라 할 만큼 ‘뮤즈그레인’ 특유의 우울함이 배어 있지만 클래식, 뉴에이지, 월드뮤직을 오가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발랄함을 잃지 않았다.

또 다른 곡은 김승재가 만든 발라드 곡으로 슬픔과 기쁨 중간에 놓여 있는 그의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

음악 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던 이들도 ‘진로’ 얘기가 나오자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임용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들로서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 그러나 고민도 잠시, 재기발랄한 대답이 이어졌다.

“우리가 공연을 할 때면 늘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거 아세요? 클래식부터 록, 재즈까지 우리는 추구하는 음악이 다양하듯 꿈도 제각각이죠. 중요한 건 현재 ‘뮤즈그레인’으로 뭉쳐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것, 이제 시작이지만 언젠간 ‘동물원’ 선배님들처럼 멋진 밴드가 되리라 믿어요. 꿈은 개척하는 자의 것이니까요.”(정웅·22·드럼)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