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26일 저녁(한국 시간 27일 새벽) 쿠웨이트 바이얀궁에서 열린 사바 알아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 주최 만찬에 앞서 허종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와 반갑게 악수를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쿠웨이트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저녁(한국 시간 27일 새벽) 허종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났다. 이날 저녁 사바 알아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서다.
노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쿠웨이트 주재 각국 외교사절들에게서 인사를 받던 중 허 대사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대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반갑습니다. 가시거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전해 주세요. 진심으로 합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허 대사와 오른손으로 악수하며 왼손을 내밀어 허 대사의 오른팔을 잡는 등 친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허 대사는 노 대통령의 두 손을 잡고 “감사합니다. 성과를 바랍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6자회담 2·13합의 이후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남북 정상회담설이 구체화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은 “우리가 진심으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전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만난 허 대사가 북한 내 ‘미국통’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그는 1989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공사로 부임한 뒤 1993년 북-미 고위급회담 당시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부대사를 거쳐 외무성 순회 및 본부 대사를 지냈다. 2004년부터 쿠웨이트 주재 대사를 맡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의전팀을 통해 허 대사가 만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만찬 시작 1시간 전에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허 대사의 만찬 참석은 쿠웨이트 정부가 국빈 만찬을 앞두고 아시아 지역 각국 대사를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2005년 9월 멕시코 국빈 방문 때도 만찬장에서 서재명 북한대사와 만나 “남북관계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27일 한국과 쿠웨이트 경제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한 뒤 마지막 순방지인 카타르로 이동했다.
노 대통령은 남은 중동 순방기간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을 감안해 한미 FTA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30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쿠웨이트시티=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