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市場 600년 변천사 책으로
온돌이 보급되기 시작한 조선시대에 시장에서 목소리 큰 상인은 땔나무 장수였다. 전쟁 이후에는 질기고 단단한 나일론이 인기였다. 명품 열풍이 부는 요즘은 ‘짝퉁’이 인기 품목이다. 시장에서 사고파는 품목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는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서울 시장의 변천사 이모저모를 담은 ‘서울의 시장’을 발간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시가 서울의 산, 하천, 고개 등 서울을 소재로 발간한 ‘내 고향 서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을 집필한 시사편찬위원회 박은숙 연구원은 “2년 동안 삼국사기 만기요람 구한국관보 등 30여 권의 책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시장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담았다”고 말했다.
▽시장의 역사=서울에 시장이 생긴 것은 태종 때 종로 거리와 남대문로에 시전을 설립하면서부터. 조선 후기에는 남대문과 동대문 부근에 생긴 칠패, 이현 등 사설시장이 시전을 위협했다.
1870년대 후반 개항 이후에는 청상(淸商)과 일상(日商)이 몰려들어 시장은 더욱 풍성해졌지만 국내 상인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칠패시장은 남대문시장으로 재편됐고, 이현시장은 광장주식회사의 동대문시장으로 통합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시장 개념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백화점’이 등장했다. 미스코시, 조지아 등 4개 백화점은 일본인이 경영했고 1931년 설립된 화신만이 유일하게 조선인이 경영하는 백화점이었다.
1960년대 서울의 시장은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44개(1961년)에서 334개(1979년)로 폭증했다. 슈퍼마켓과 상가도 출현했다.
1980년대에는 대형할인점과 편의점이 각각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을 무기로 구멍가게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근래에는 통신판매와 TV홈쇼핑, 인터넷쇼핑 또한 황금 시장으로 떠올랐다.
▽시대별 인기 품목=시대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되던 물품도 크게 변했다.
조선시대에는 땔나무, 꿩고기, 각종 짐승가죽 등이 주로 거래됐다. 조선시대 소는 농사를 짓는 일손으로 여겨져 쇠고기 판매를 엄히 금했다.
개항 이후에는 ‘개화한 국민’이 마시는 술이라고 선전됐던 맥주와 고종이 즐기던 커피가 수입됐고, 양복 와이셔츠 블라우스 스타킹 등 서양식 의류도 등장했다.
일제강점기의 인기품목은 성냥 연탄 고무신 어묵 초밥 등. 간식류로는 카스텔라가 인기를 끌었고 장난감 권총은 친일파 지주 등을 위협해 독립자금을 얻는 데 쓰였다.
광복과 6·25전쟁을 거친 뒤에는 껌 과자 땅콩 베이컨 등의 식품과 비누 수건이 담긴 미군의 전투식량박스 ‘C-레이션’이 미군 부대에서 불법적으로 흘러나와 암시장에서 인기리에 팔렸다.
이 책은 서울역사자료실, 국·공립도서관, 서울시종합자료관 등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시청 본관 2층 홍보관과 시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02-731-6671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