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야외 세트장이 광주의 문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1980년 광주 시가지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세트장에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문화공연과 영화 촬영 문의가 잇따르는 등 ‘5·18 문화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되살아난 5월 광주=영화 ‘화려한 휴가’ 제작사인 ㈜기획시대는 지난해 6월 27억 원을 들여 광주 광산구 첨단단지 1만7000평에 5·18민주화운동 진원지인 전남도청 광장과 금남로 일대를 재현했다.
건물은 모두 15개 동으로 옛 전남도청과 분수대, 시계탑은 물론 상무관, 전일빌딩, 광주YMCA 등 주요 건물이 실제의 80% 크기로 세워졌다.
제작사 측은 지적도와 사진 등을 토대로 건물 모습과 간판 글씨 하나하나까지 고증하는 등 현장감을 살렸다.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엔 소품으로 사용했던 탱크와 장갑차, 버스, 포니택시 등을 현장에 전시하고 버스 두 대 내부를 5·18민주화운동 사진과 영화 스틸 사진으로 채웠다.
세트장은 지난해 11월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시민들 사이에 5·18 체험마당이나 교육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한국토지공사가 광주시에 토지를 무상 임대해줬다.
▽광주 대표 문화 콘텐츠=제작사 측은 세트장을 무료 개방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 초 광주 시가지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 줘 영화나 드라마 촬영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오기환 감독의 ‘두 사람이다’가 4월 촬영에 들어가는 것을 비롯해 정지우 감독의 ‘모던보이’, 허종호 감독의 ‘배반의 세레나데’도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청어람의 ‘강풀의 26년’과 ㈜MK픽쳐스의 ‘선동렬 스카우트’도 이곳에서 촬영키로 했다.
다음 달부터는 세트장에서 주말마다 노래와 연극, 춤 공연이 펼쳐지고 5월 한 달 동안 전국 참배객들의 5·18 순례코스로도 활용된다.
제작사 측은 세트장을 뮤지컬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인권·희생’의 5·18정신을 담은 대작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총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평범한 시민들이 겪은 사랑과 아픔을 다룬 영화로 7월 중순경 전국에 개봉될 예정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