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과 2·13 베이징 합의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기이행 절차에 합의했지만, 미국의 진짜 속마음 확인에 부심하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달 5,6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미 고위인사의 평양방문 혹은 양국 정상의 친서교환을 관계개선의 지름길(short cut)로 제안했다고 연합뉴스가 27일 보도했다.
당시 뉴욕에서 김 부상을 만났던 돈 오버도퍼 교수 역시 26일 본보 후원의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김계관이 숏컷(short-cut)을 원한다고 했다. 들어줄 의향이 있느냐"고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물은 바 있다. 힐 차관보는 "고위급 접촉이 도움은 되겠지만 현재로선 그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북한은 2005년 9·19 합의 직후에도 힐 차관보를 평양에 초청했으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치적 선물을 안겨줄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김 부상은 뉴욕회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고위급 특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말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것의 재판(再版)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은 6자회담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 방문 계획이 잡혀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논의 일정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5월 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날아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 한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소식통들은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고위 특사의 평양방문이 임박했다고 볼 여지가 많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힐 차관보가 26일 "특사 파견의사 없다"는 말과 함께 '북한의 인권개선이 완전한 관계정상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한 것은 워싱턴이야말로 2·13 합의에 서명한 북한의 진짜 핵 포기의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