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세진 SUV 질주때도 편안…포르셰 카이엔 V6▼
포르셰가 카이엔 2세대 모델을 내놨다.
전조등과 범퍼 모양이 날렵해지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가워지고 도회적인 냄새가 강해졌다.
카이엔은 덩치가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포르셰 가문이기 때문에 스포티해야 한다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달려보면 핸들링이나 고속 안정성이 평범한 중형 승용차와 스포츠세단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시승한 모델은 카이엔 V6. 3600cc V형 6기통 엔진으로 최대출력 290마력을 낸다. 1세대 모델에 비해 배기량 400cc, 출력 40마력이 높아졌다.
실제 측정한 시속 0→100km는 8.1초로 제원표 수치와 똑같았다. 0→400m는 15.8초가 나왔다. 최고속도는 제원표에 227km로 적혀 있지만 테스트에서는 225km(GPS측정치)를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시속 180km이상에서 안정성은 SUV로는 탁월했다. 전자식 액티브 서스펜션(현가장치) 시스템이 차체의 움직임을 잘 다스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전반경이 짧은 커브길에서도 일반 SUV들이 보여 주는 과도한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운전대를 움직일 때 차 앞머리의 반응이 빠르고, 후륜이 따라오는 지체시간도 짧아 체감되는 차체의 크기는 실제보다 작게 느껴졌다.
그러나 엔진음과 배기음은 포르셰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포르셰 특유의 엔진음을 지칭하는 ‘포르셰 노트’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발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소리는 경박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시트가 조금 불편한 것도 흠이었다.
카이엔 V6 모델의 가장 큰 변화는 가격이다. 구형은 1억1000만 원이었지만 새 모델은 기본형 7540만 원, 고급형 9450만 원으로 낮아졌다. 렉서스 RX350의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카이엔은 포르셰가 사상 최대의 수익을 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포르셰는 곧 4도어 쿠페형 모델까지 내놓는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포르셰가 픽업트럭에다 잔디깎이까지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러다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희석되는 것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Cool∼한 맵시 커브길도 날렵…볼보 C30▼
볼보가 ‘핫해치’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핫해치’는 주행 성능이 뛰어난 소형 해치백 승용차를 뜻한다.
‘C30’은 볼보가 1980년대 생산했던 ‘360-3D’ 모델의 전통을 잇고 있다. 디자인은 지금까지 내놓은 볼보의 자동차 중 가장 ‘쿨(Cool)’하다. 톡톡 튀는 감각을 지닌 2535세대라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앞모습은 낯익은 볼보의 얼굴이지만 앙증맞은 뒷모습을 보면 ‘오∼’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3도라서 디자인은 한결 깔끔하지만 실용성이 떨어지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C30은 해치백 특유의 단단한 차체강성을 바탕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급하게 꺾어지는 커브길이 많은 서울 북악스카이웨이에서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을 보였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끈끈하게 아스팔트를 잡고 돌아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전륜구동임에도 코너를 파고드는 능력이 돋보였고, 커브를 돌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차체의 움직임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좋은 핸들링을 보이는 것에 비해서 승차감은 유연하다. 승차감을 희생하고 약간만 더 서스펜션(현가장치)을 강하게 조여놨다면 스포츠카로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다. 엔진은 5기통 2400cc급으로 최대출력 170마력이다. 동력성능에서 특이한 점은 없다.
직접 측정한 제로백은 8.9초(제원 8.8초)였고 최고속도는 207km/h(제원 215km/h)였다. 엔진음은 4기통답지 않게 부드러우면서도 낮게 깔리는 편이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차체와 인테리어 색상도 독특하게 선택할 수 있고 스포티 패키지도 준비돼 있다.
자동변속기가 5단인 것까지는 좋은데 팁트로닉 기어레버로 변속을 할 때 차의 속도에 맞게 엔진회전속도를 보정하는 기능이 없다. 스포티한 주행으로 변속기 오일의 온도가 올라가면 동력전달 성능이 떨어지는 폭이 다른 차종보다 큰 점도 아쉬웠다.
연료소비효율은 차분하게 주행했을 때 서울시내 L당 8km, 고속도로는 13km 정도였다. 가격은 유럽 현지보다 100만 원 정도 높은 3290만 원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