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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마늘밭 사이… 뉴미니, 풋풋함에 빠지다

입력 | 2007-03-29 03:00:00


‘BMW 뉴미니 쿠퍼’와 함께 ‘보물섬 남해’ 드라이브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국의 산토리니(에게 해의 그리스 섬)’ ‘한국의 케이프 페닌슐라(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이 있는 반도)’라 해도 손색이 없는 남해 여행길에 BMW의 뉴미니 쿠퍼를 몰고 간 것은. 지구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여행지의 느낌에 따라 거기 맞는 차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명차의 최신 모델, 그중에서도 새것으로만. 하지만 너무 배 아파하지 마시길. 세상은 공평하다. 그런 호사의 극치가 기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휴식’이 아니라 ‘일’이기 때문.

섬이 육지가 된 곳은 많다. 그렇지만 육지가 된 후에도 섬의 고즈넉한 모습을 간직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남해는 다르다. 아직도 섬 같다. 사람도 자연도 모두 풋풋하다. 향긋한 갯내음처럼.

청정 해산물 지켜온 남해 사람의 억척

나는 남해 사람의 억척을 좋아한다. 바다 건너 여수에서 똥배(인분을 나르던 배)가 오가던 시절, 사람들은 산등성에 계단밭을 일궜다. 수면에 추락하듯 급전직하 내리꽂히는 가파른 산기슭에 차곡차곡 돌담을 쌓아. ‘보물섬 남해’의 보물인 마늘은 그 억척이 밑거름됐다. 굽은 허리 추스르며 율도마을(창선면) 갯가에서 굴 따시던 꼬부랑 할머니. 억척으로 산 인생, 이젠 좀 쉬실 만도 한데.

삼천포대교를 건너면 남해. 그 쪽빛 바다는 경관 좋은 드라이브 도로인 지방도 1024호선으로 달리며 보아야 제격이다. 대교 끄트머리에서 그 길을 따라 서쪽 해안을 달렸다. 해안 구릉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다. 5월 수확을 앞두고 한창 크는 마늘대다. 이름 하여 ‘보물섬 마늘’이다.

남해 바다는 마늘밭 아래다. 20일 그 바다가 바닥을 드러냈다. 연중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영등사리 덕분. 마을 개펄마다 온 동네사람이 나와 뭔가를 캤다. 창선면(율도마을)은 우륵(큰 조개), 삼동면(지족마을)은 바지락. 남면에서는 해삼도 무척 많이 주웠다. 물론 외지인은 출입 금지. 개펄은 마을 공동 재산이기 때문이다.

남해의 개펄에서 특별한 것을 보았다. 푸른 이끼 같은 해조류로 뒤덮인 모습인데 무척이나 신선했다. 그 개펄의 표지판에 이렇게 씌어 있다. ‘한미 패류협정으로 여기서 채취된 조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청정해산물로 인정되니 어떤 오염행위도 금지한다’고. 남해섬 해안이 아름답게 다가왔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역시 남해 사람 억척의 소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최근 남해의 모습을 확 바꾼 ‘사건’이 있다. 힐튼월드와이드 체인의 고급스러운 리조트호텔이 섬의 서쪽 해안에 들어선 것. 18홀의 골프코스까지 갖춘 이 힐튼남해 골프&스파 리조트는 한겨울에도 라운드가 가능해 연중 골퍼가 끊이지 않는다. 깔끔 모던한 느낌의 건축물과 바다를 낀 골프코스, 주변 산악과 마늘밭에 두루 감싸인 리조트. 편안한 느낌이 주중에 하루쯤 휴가를 내어 쉬러 오기에 그만일 듯했다.

뉴미니 쿠퍼는 상상 밖으로 잘 달렸다. 그리고 남해 섬에 딱 어울리는 차였다. 가파르고 옹색한 다랭이마을 골목길도, 좁고 덜컹대는 마늘밭 농로도, 구절양장의 해안도로도 거침없이 잘 달렸다. 뉴미니를 ‘BMW의 경차’쯤으로 알고 있는 이들은 이제 생각을 바꾸시라. 몸집 작은 ‘스포츠카’로.

10.4초 만에 100km를 내는 120마력의 파워(4기통 16밸브 1598cc 엔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들쑥날쑥한 해안도로에서 보여 준 쏠림 없는 차체와 민감한 스티어링, 스포츠카임을 확인시킨 수동 겸용 6단 스텝트로닉스 자동변속기의 역동적인 반응성. 놀라운 퍼포먼스는 장난감 같다는 선입관을 단번에 일축시킨다.

농로-해안도로서도 거침없이 질주

에피소드 하나. 이 차는 기자가 열쇠를 들고도 시동을 걸지 못한 유일한 차다. 13년 여행전문기자 경력에 힘입어 전 세계 어느 호텔이든 샤워꼭지의 조작법을 단박에 간파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기자도 뉴미니 쿠퍼 앞에서는 손을 들었다. 그만큼 이 차의 인테리어는 상상을 초월한다. 계기판 모양, 스위치 위치, 조명 방식, 오디오 조작법이 기존 형식을 무시할 만큼 획기적으로 새롭다.

그런데 이틀간 이 꼬맹이를 다루면서 깨달은 게 있다. 미니라는 오리지널 이름에 ‘뉴’를 붙인 이유다. 1959년 영국에서 태어난 미니는 포드의 ‘모델T’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자동차’로 선정된 차다. 20세기의 얼굴이 21세기까지 제패하려면 과연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그것은 21세기 BMW가 만든 새로운 미니의 작은 몸체 안에 ‘뉴’라는 이름으로 녹아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미니’의 참뜻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았다. ‘작다’가 아니라 ‘화끈하다’라는 것을. 단박에 시선을 확 잡아채는 미니스커트처럼. ‘쿠퍼’는 미니 중에서도 스포츠카에 붙이는 이름이다.

남해(경남)=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드라이빙 ▽서울∼삼천포대교=경부고속도로∼대전∼대전통영고속도로∼진주 갈림목∼남해고속도로∼사천 나들목∼국도 3호선∼삼천포∼삼천포대교 ▽남해=지방도 1024호선을 따른다. 삼천포∼창선교는 해질녘 풍경이 좋다. 창선교 남단 지족갯마을(삼동면)에서는 죽방렴(V자로 박은 말뚝에 그물을 씌워 썰물 때 갇힌 고기를 꺼내는 전통 어업방식) 너머로 해가 지는 광경도 본다. 드라이브에는 남해군청의 관광안내지도가 편리하다.

◇숙박 ▽가천 다랭이마을=창선교∼지방도 1024호선∼석교삼거리∼홍현 마을∼가천. 홈페이지(darangyi.go2vil.org) 참조. ▽힐튼남해 골프&스파 리조트=남해고속도로∼진교 나들목∼국도 19호선∼남해대교∼지방도 77호선∼서상∼힐튼남해리조트(www.namhae.hilton.com) 055-863-4000

▼맛집▼

○ 달반늘 숯불장어구이

육질이 기막혀 물었더니 앞바다에서 잡히는 ‘돌장어’란다. 고추장 양념에 구워 내거나 다듬은 상태로 내어 숯불에 구워 먹는데 그 맛이 바닷장어의 새로운 경험이라 일컬을 만하다. 부산 자갈치 방식 먹장어 구이와는 육질과 맛이 완전히 다르다. 1kg(2인분)에 1만7000원. 지족갯마을 부둣가에 있다. 달반늘은 ‘가던 달도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으로 마을의 옛 이름. 창선교 남단의 북쪽, 삼동면 지족리 1082. 055-867-2970


○ 부산횟집 물회

생선회(돔 도다리 농어)를 야채 과일(배)과 함께 양푼에 담아 초고추장에 버무려 회무침으로 내는데 그 안에 얼음과 육수를 약간 넣어둔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초무침국물로 변하는데 이때 냉면국수를 넣어 비빈다. 여름 석 달 벌어 1년을 지낸다 할만큼 휴가철에는 손님이 몰린다. 1인분 1만3000원. 서면 서상리 1668. 055-862-1709


○ 남해힐튼 리조트의 ‘색상별 식단’ 아침뷔페

미국 뉴욕의 요리학교인 CIA 출신의 17년 경력 총주방장 김광렬 씨가 선뵌 특별한 아침식사. 모든 음식을 ‘저지방 & 저칼로리’ ‘고에너지’ ‘고섬유질’ ‘저콜레스테롤’ ‘미식 & 별미용’으로 분류하고 해당 음식 앞에 카테고리별 색깔(보라 빨강 하늘빛 파랑 노랑)을 표시해 알려 준다. 식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www.namhae.hilton.com 055-863-4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