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창간87주년]베이징서 ‘빼빼로’ 먹고 뉴욕서 ‘2%’ 마시고…

입력 | 2007-03-30 02:59:00


《“국내 시장만으로는 너무 좁다.”

전형적인 내수(內需) 업종으로 꼽혔던 유통과 식음료 산업. 국내 소비자들에게만 친숙했던 이들 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유통, 식음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출산율 저하와 내수 침체 등으로 국내 시장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것.》

식음료 업계에도 거센 ‘한류 바람’

●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이달 19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롯데의 중국 내 식음료 사업 총괄 지주회사인 ‘롯데 중국 투자유한공사’ 출범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신 부회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롯데가 중국 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롯데’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톱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전형적인 내수 기업으로 알려진 롯데를 국내외 시장을 아우르는 세계적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

신 부회장의 글로벌화 의지는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올해 안에 국내 백화점 최초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 점포를 연다. 할인점인 롯데마트도 베트남 진출을 위해 최근 베트남 정부의 소매업 투자 허가를 받았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할인점 영업을 하고 있는 이마트도 CEO의 글로벌 경영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창업주 2세’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유통업체를 둘러보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수시로 국내나 해외 점포에 적용토록 해 그룹 안에서 ‘선진 유통 기법 전수자’로 통한다. 이 때문에 신세계 내부에서는 국내외 이마트 사업은 정 부회장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해외 지주회사 세우고 고급 브랜드 개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내에 고정된 안목과 시각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는 잘못을 버려야 한다. 세계와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좌표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밝혔다. 생존을 위해 글로벌한 안목과 적극적인 변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를 강조한 것.

CJ그룹은 올해부터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한 준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조금씩 있어 왔다. 효과적인 글로벌 경영을 위해 CJ는 지난해 이미 해외 사업부를 미국본사, 중국본사 등 본사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을 끝냈다.

또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필리핀, 터키 등 5개국에 흩어져 있는 해외 사료사업부문을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지주회사도 홍콩에 세웠다. 글로벌 인재를 적극 확보하고 육성하는 것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기도 했다.

비누나 세제 등 내수 화학기업으로 알려진 애경그룹도 채형석 총괄 부회장과 안용찬 생활 및 항공부문 부회장 중심으로 제주항공의 국제선 취항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독자 상표로 고급 제품의 수출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남양유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시장 수요를 키우고 일정 규모가 되면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매일유업도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세계적인 분유 업체를 제치고 분유 시장 점유율 4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 김진수 CJ 대표이사 “생산에서 마케팅까지 전 공정 현지화”▼

CJ는 지난해 미국 냉동식품 전문회사 옴니를 인수했다. 앞서 2005년에는 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는 ‘내추럴 푸드’로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미국 식품회사 애니천을 사들였다.

수출이나 현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 판매 체제를 통해 좀 더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김진수(사진) CJ 대표이사는 “CJ는 이처럼 현지에서 직접 생산부터 판매, 마케팅을 하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최대 식품 회사에서 세계 일류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996년 첫발을 디딘 중국에서도 2002년 청도식품법인을 설립해 생산부터 마케팅, 영업 라인까지 아우르는 사업 형태를 구축했다. 중국인의 입맛과 니즈를 연구하고 분석하기 위해 ‘중국 식품 연구개발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재, 기술, 스피드로 글로벌 식품·바이오 회사가 된다는 비전을 세웠다”며 “2013년까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2010년 세계 10대 종합소매그룹으로”▼

“2010년에는 세계 10대 종합소매그룹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윤리를 토대로 신세계의 경영이념인 ‘윤리경영’을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구학서(사진) 신세계 부회장은 “백화점과 이마트, 온라인 사업 등 3가지 부문에서 중장기 발전 모델을 확립하고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유통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저력과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1997년 2월 국내 유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신세계 이마트는 현재 상하이(上海)와 톈진(天津)에서 7개 점포를 운영하며 글로벌 유통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일반적인 창고식 할인점과 달리 백화점처럼 고급스러운 ‘한국형’ 할인점을 앞세우는 전략으로 이마트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부회장은 “올해는 베이징(北京) 항저우(杭州)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중국 사업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정완 매일유업 대표이사 “올해 중동시장 점유율 3위 도약 자신”▼

1981년 과감히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다. 국내 식품회사들이 감히 넘보지 못했던 중동 시장을 앞서 개척하고 싶었다. 하지만 3년 만에 철수하는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고 1987년 다시 중동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중동 유아에게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철저히 현지화 마케팅 전략을 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매일유업의 얘기다.

김정완(사진) 매일유업 대표이사는 “중동에서 네슬레, 애보트 등 세계적인 유제품 회사에 맞서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올해는 중동 시장에 새로 내놓는 특수 분유와 프리미엄 유아식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설 것”라고 밝혔다.

진출 초기 5만7000캔에 그쳤던 분유 수출 물량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해 300만 캔을 넘어섰다. 중동 시장 진출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전 세계 20개국에 분유와 치즈를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2011년까지 매출 1조3000억 원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건호 남양유업 대표이사 “사카자키균 제로 분유로 선진국 공략”▼

“국내 유가공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낙농 선진국에서도 국내 분유 연구 기술을 배우러 올 정도죠. 한국의 우유와 발효유, 음료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박건호(사진)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품질”이라며 “원유 공급에서부터 포장, 출고까지 완전 자동화되어 있는 분유 생산 시스템은 낙농 선진국보다 앞서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바이어를 공장으로 직접 초청해 품질 관리 시스템을 공개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은 제품의 안정성을 좀 더 높이기 위해 올해 초 무균(無菌)화 분유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카자키균’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사카자키균 제로 분유를 앞세워 유럽과 미국 등 소비량이 많은 선진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올해 말 완공되는 호남 공장은 글로벌 브랜드 도약을 위한 남양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