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이후 31년 만에 콘서트를 여는 가수 윤복희(왼쪽) 항기 씨 남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레스토랑. 전혀 남매 같지 않은 남매가 등장했다. 양복 차림의 말끔한 중년 오빠와 쑥스러운 듯 머리만 매만지는 여동생. “그게 아니라, 내가 얘기할게” “가만히 있어 봐. 내가 정리할게”라며 티격태격하는 남매.
다음 달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선 윤항기(64) 복희(61) 남매의 콘서트 ‘여러분’이 열린다. 이 남매는 꼭 40년 전 시민회관 시절 이 무대에 섰다. 두 사람이 함께 콘서트 무대에 서는 것은 1976년 서울 중구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콘서트 이후 31년 만이다. 남매는 가장 화려했던 순간인 1979년을 잊지 못하는 듯 오빠가 만들고 동생이 부른 서울 국제가요제 대상곡 ‘여러분’을 콘서트 제목으로 정했다.
“제가 더 일찍 데뷔해서 그런지 몰라도 오빠랑 한무대에 설 때면 늘 ‘윤복희 리사이틀’ 식으로 제 이름이 먼저 나왔고 무대도 제가 주인공인 적이 많았죠. 심지어는 오빠를 제 동생으로 아는 분이 있을 정도니 늘 미안했어요. 이번 무대는 누구의 오빠 동생이 아니라 동등하게 함께 꾸밀 예정이에요.”(윤복희)
일곱 살 때부터 뮤지컬 극단장인 아버지를 따라 무대에 섰던 윤복희. 1967년 ‘웃는 얼굴 다정해도’를 시작으로 가수 활동을 해 왔고 1976년부터는 뮤지컬 배우로 더 많은 활동을 했다. 1957년 미 8군에서 작곡가 김희갑 씨에게서 음악을 배운 윤항기는 1964년 록 밴드 ‘키보이스’ 멤버로 데뷔해 1974년 솔로 데뷔곡 ‘나는 어떡하라고’, ‘장밋빛 스카프’ 등으로 활동을 이어 갔다. 그는 1986년부터 종교인으로 변신해 현재는 목사와 예음음악신학대 총장으로 활동 중이다. 오랜 기간 가요계를 떠났던 두 사람. 윤향기는 “동생은 17세부터 해외 활동을 했다”며 “1967년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했을 때 처음 충격을 받았지만 ‘몸뻬’ 입은 여성들 틈에 동생이 서 있는 걸 보고 ‘역시 내 동생’이라는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말경 합작 싱글음반 ‘나는 길-아이 앰 더 웨이’를 발매할 예정이다. 또 윤복희는 데뷔 55주년 기념 공연도 개최한다. 인터뷰 말미, 사진 촬영 포즈를 위해 서로 껴안는다.
“31년 만에 이런 포즈를 취하니 어색한데…. 그래도 내 동생 예쁘죠?”(윤항기)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