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강양구 지음/242쪽·1만 원·뿌리와 이파리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한 과학자의 무모한 열정과 파멸을 경고한다. 아름답고 완전한 생명을 창조하려던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 하지만 괴물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그를 통해 이 소설은 반성과 성찰이 없는 과학기술의 위험성을 꼬집는다.
과학의 위험은 이제 200년 전의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한계 이상의 고기를 얻으려는 인류의 과욕은 광우병을 낳았고, 교통카드나 휴대전화에 심어진 전파식별(RFID) 기술은 본격적인 감시 사회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만들어진 핵폭탄은 인류를 끊이지 않는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과학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자고 이 책이 주장하는 이유다.
종종 과학기술의 산물들에는 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18세기 후반까지 앞바퀴가 뒷바퀴보다 훨씬 컸던 자전거는 젊은 남성의 스포츠용품이었다. 하지만 긴 치마에서 해방될 수 없었던 여성들이 새로운 소비자로 등장하면서 자전거의 형태는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수치제어 공작기계의 도입에는 대기업의 심각한 노사 갈등이 내재해 있고 전기냉장고와 가스냉장고의 한판 싸움에는 복잡한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이 숨어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 양상이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무얼까? 그것은 과학기술이 ‘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영국 루커스 항공 노동자들의 실험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사례다.
1969년 6만 명이란 대량 해고의 위기에 맞서 이 회사의 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술에 눈을 돌린다. 곧바로 저렴한 의료기구, 태양열을 모으는 장비, 연료가 적게 드는 엔진 등 인권과 환경, 지역사회의 필요를 고려한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을 죽이는 과학기술이 마술처럼 사람을 살리는 기술로 탈바꿈한 것이다.
루커스 항공의 예가 말해 주듯 과학기술은 우리가 마음먹은 방향으로 발전한다. 저자가 한반도를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만들려는 것도, 우리의 식탁을 살리기 위해 오래된 지혜를 권하는 것도 모두 이런 까닭이다.
과학 기술 사회라는 세 바퀴의 자전거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질문을 던지고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