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과 함께 자랑스러운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는 박석기 코치(오른쪽). 그는 “박태환의 금메달 획득을 확신했다”고 말한다. 멜버른=전 창 기자
“태환이는 집중력과 학습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금메달을 반드시 목에 걸 것이라고 믿었어요. 1500m도 문제될 것이 없어요.”
25일 박태환(18·경기고)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남자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내자 1월부터 그를 전담 지도해 온 박석기(55) 코치는 이렇게 담담하게 말했다.
한마디로 믿음이 있었다는 얘기. 박 코치는 박태환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10년 넘게 가르침을 받아 온 노민상(51) 국가대표팀 감독과 결별하며 직접 배워 보고 싶다고 자청한 지도자.
○ 학습능력 탁월… 훈련 설명하면 바로 실전응용
박 코치의 별명은 ‘고인돌’. 기본을 중시하고 미련스러울 정도로 자신이 옳다는 길만 주장해 생긴 별명이다. 수영 명문 오산중고교를 졸업하고 단국대와 해군 수영부에서 배영과 개인혼영을 주 종목으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동아수영대회 등 전국 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국가대표 상비군에만 선발되는 등 화려한 현역 생활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단국대 1학년 시절부터 지도자 생활을 병행해 올해로 지휘봉을 잡은 지만 37년째다. 그동안 5차례나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으로 선발돼 배영의 지상준, 자유형의 김민석, 접영의 조희연 등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를 키워냈다.
박 코치의 수영 지도철학은 독특하다. ‘생각하는 수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수영, 그중에서도 태환이 주 종목인 자유형 1500m 같은 것은 훈련량도 어마어마하고 지겨워요. 선수가 내가 왜 오늘 이런 훈련을 해야 하는지 모르면 본인이 얼마나 괴롭겠어요?” 그래서 그는 “매일 그날 훈련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선수가 내용을 이해했을 때에야 비로소 실전훈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점에서 박태환의 학습 능력은 정말 뛰어나다고 박 코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1500m 연습량 상상초월… ‘생각하는 수영’ 해야
박 코치는 엘리트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다양한 일반인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두 살배기 아이부터 아흔일곱 된 할머니, 자폐 아동들도 지도해 봤다. 그때의 경험이 선수들의 심리 파악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힘든 훈련 뒤에는 선수들과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내려고 노력한다고.
박 코치는 “박태환 한 명으로 끝나지 말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위한 전담팀 구성 등 지도 방식의 업그레이드가 있어야 제2의 박태환이 나올 것”이라고 한국 수영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박석기 코치는 누구?:
△생년월일: 1952년 11월 18일 △체격: 173cm, 82kg △출신교: 서울교동초-오산중-오산고-단국대 △가족: 아내 김효순(55) 씨와 현애(28), 현욱(26)△수영 시작: 오산중 1학년 때 △주 종목: 배영, 혼영 △주요 경력: 1972년 동아수영대회 배영 남자 100m, 200m 우승 등 다수. 1973년 동아대회 선수대표 선서. 국가대표 상비군 △지도자 시작: 1971년 단국대 1학년 때 상명여고와 경기초교 수영부 코치 △주요 제자: 지상준 김민석 조희연(이상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 이윤안 이창하 성민 등
멜버른=전 창 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