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수집은 100만 원에서 시작해 보라고 한다. 100만 원짜리는 소품이지만 ‘소품에 명품 있다’는 말도 있다. 물론 투자 가치보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과 처음 인연을 맺는다는 의미가 더 크다는 게 컬렉터들의 이야기다.
노화랑(서울 종로구 관훈동)이 마련하는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은 100만 원짜리 작품 400여 점을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참여한 이들도 황영성 이수동 김태호 이석주 한만영 송수남 황주리 이두식 전광영 배병우 민경갑 씨 등 인기 작가들. 전시의 부제는 ‘100만 원으로 명품을 컬렉션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을 위해 작가들은 별도로 소품을 제작했는데 대부분 평소 작품의 축소판이다. 10점을 낸 황영성 조선대 교수는 “소품이든 대작이든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히 발표해 온 ‘가족 이야기’ 소품을 내놓았다.
이 작품들도 그의 대작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색상을 가진 기호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정경을 자아낸다.
한지를 접고 말아서 화면을 채우는 작가 전광영 씨는 소품을 선보이는 게 처음이다. 전 씨는 “내 작품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그동안 소품 작업을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해 보니 별난 세계가 보였다. 마침 40대 초반의 주부가 소품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을 해와 색다른 기쁨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애그리게이션’이라는 타이틀로 10점을 냈다.
김태호 홍익대 교수는 대형 화면에 여러 겹의 색을 칠한 뒤 긁어내는 기법으로 색면 추상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그는 “소품도 대작과 같은 효과를 줘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손길이 많이 간다”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장 기회를 주고 싶다는 취지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노화랑이 소품전을 여는 것은 네 번째. 노화랑 측은 “고가의 미술품을 소장할 엄두도 못내는 애호가들에게 100만 원으로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위한 기획”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7일, 9∼14일 1, 2부로 나뉘어 열린다. 02-732-3558
허 엽 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