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일 낮 우여곡절 끝에 타결되자 주요 외신들은 타결 소식을 긴급 기사로 타전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양국이 기념비적인 협정을 타결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협정에 따른 미국의 경제적 이득은 170억∼430억 달러에 달하고 한국의 대미 수출은 첫해에 12%(54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이번 협정은 미국에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할 수 있는 중요한 보루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협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양국의 소비자들”이라며 “그러나 이번 협정으로 한국에서는 농업분야 일자리 수만 개와 2조 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되고, 미국의 자동차업체들도 많은 한국인들이 국산차 구입을 애국심과 같은 차원에서 생각하고 미국차보다는 유럽차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협정 발효 이후 바로 득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기념비적인 협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양국의 지도자들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아직 어려운 작업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FTA 합의는 낮은 지지도와 경제성장의 둔화 속에 같이 레임덕을 맞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는 활력소가 것이며, 노 대통령에게는 이번 협정이 가장 큰 경제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외신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이날 낮 12시 47분 ‘한미 FTA 합의’라는 내용으로 1보를 내보냈다. AFP통신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협상 타결 소식을 “의회에 부랴부랴 전했다(rush to Congress)”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서한은 의회 통지 마감 시한에 맞춰 보낸 것. 그 내용은 이틀 전 파나마와의 FTA에 서명할 것임을 의회에 통보하는 서한 내용과 거의 비슷했다. 그만큼 급박하게 이뤄졌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한미 FTA 타결이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퉁지(同濟)대학 아태연구중심의 한반도 연구실 주임인 추이즈잉(崔志鷹)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미 FTA 타결이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올려놓을 것이며 한국의 미국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국경제 회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미 FTA 타결로 일본에서는 미국과의 FTA 협상 가속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경단련(經團連)은 공식 반응은 자제했지만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단련은 1월 미국의 경영자 단체와 공동으로 미일 경제연대협정(EPA)의 체결을 위한 정부 간 교섭을 조속히 개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 경제연대 강화는 FTA 전략에서 뒤떨어진 일본의 통상정책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北관계자 “개성공단 사업 도약의 계기”
한편 개성공단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북측 관계자들은 한미 FTA를 계기로 공단사업이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2일 전했다.
위원회는 이날 “한미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klimt@donga.com
이철희 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