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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통과시켜야 할 法, 통과시켜선 안 될 法

입력 | 2007-04-03 23:08:00


시급한 손질이 필요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되고 반(反)시장 조항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통과돼서는 안 될 법이 가결되고, 정작 4년여를 끌며 국민여론을 집약한 법률은 부결된 것이다. 이것이 구심점을 잃은 여권과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도 비전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제1야당이 끌어가는 국회의 현주소다.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가 계속되면 40년 후에는 바닥이 난다. 지금도 하루에 800억 원씩 잠재부채를 쌓고 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 다수가 법 개정을 주도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반감 때문에 기권한 것이 통과를 막은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한다. 사감(私感)과 국정 과제를 구별하지도 못하는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뒤늦게 천문학적인 재정이 필요한 수정안을 제출해 국민연금 개혁을 저지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연금 개혁을 저지해 표를 잃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것인가. 연금법 개정을 전제로 추진된 노령연금은 노인표를 의식해 통과시키고, 정작 연금법 개정을 무산시킨 것도 본말전도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기업의 가격결정권을 제약해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제도여서 불을 보듯 부작용이 예상된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도는 민간 주택의 분양가가 인근 기존 주택가격의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고, 과거에도 실시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분양원가를 공개하게 되면 원가 절감 노력을 한 기업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원가 부풀리기를 잘하는 기업이 성공하게 된다. 공무원들이 원가가 적정한지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결국 비리의 온상이 될 우려도 크다. 장기적으로는 주택의 공급을 감소시켜 주택가격 안정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분양원가 공개는 기업이 자본과 창의력을 동원해 생산하고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이윤을 얻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부인하는 것이다. 반시장법을 집요하게 추진한 여권이나 들러리 선 한나라당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